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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 고향사랑소아청소년과가 개원 1년 만에 2,268명의 아이들을 진료하며 지역 의료 공백 해소의 성공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영암 소아청소년 인구 6,000명 중 3명에 1명꼴로 이곳을 찾았다는 것은 그만큼 절실했던 지역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2004년 마지막 소아과가 문을 닫은 이후 영암의 부모들은 20년간 고통스러운 원정 진료를 감수해야 했다. 아이가 열이 나거나 예방접종을 맞히려면 목포나 광주까지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야 했다. 영암군은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 지난해 8월 19일 고향사랑소아청소년과를 개설했다.
영암읍·삼호읍 오가며 주 5일 진료
이런 노력의 성과는 구체적인 숫자로 입증된다. 8월 17일 기준 영암읍 보건소(화·목)에서 1,259명, 삼호읍 보건지소(월·수·금)에서 1,009명이 진료를 받았다. 진료비는 단돈 1,100원으로 경제적 부담도 크게 줄였다.
진료 내용을 보면 영암읍은 일반 상담 62.5%, 예방접종 31.9% 순이었고, 삼호읍은 예방접종 52.3%, 일반 상담 46.5% 순이었다. 특히 전체 이용자의 63.4%가 0~5세 영유아로, 예방 중심의 1차 의료 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진주종 조기 발견…“생명 구했다”
단순한 진료를 넘어 아이의 생명을 구한 사례도 나왔다. 올해 초 영암읍으로 이사 온 한 가족은 3세 아들의 귀 이상으로 고향사랑소아청소년과를 찾았다가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이 발견한 것은 ‘진주종’이라는 심각한 질환. 피부조직이 귀 내부에 쌓여 종양으로 발전하는 이 병은 자칫 난청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었다.
의료진은 즉시 대학병원과 연계해 신속한 수술을 받도록 조치했다. 아이 엄마는 “여러 소아과를 다녔지만 이비인후과에서도 발견하기 힘든 위치의 진주종을 찾아준 덕분에 빨리 수술할 수 있었다”며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제는 마음이 놓인다”
실제 이용 주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 6월 한 엄마는 보건소에 감사 편지를 보냈다. “보건소에 소아청소년과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이제는 가까운 곳에서 신속히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마음이 놓이고, 많은 부모들이 큰 위로를 받고 있다”고 적었다.
영암군이 개원 1주년을 앞두고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이런 호응이 확인됐다. 이달 11~18일 방문 군민 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진료 전반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94.9점을 기록했다. ‘접수 및 수납 절차 편의성’ 91.4점, ‘진료실 및 대기 공간 편의성’ 91점 등 전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고향사랑기부금을 보내준 전국 기부자들의 마음을 가장 뿌듯하게 만드는 일을 고향사랑소아청소년과에서 해내고 있다”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부모님의 불안을 덜 수 있도록 더욱 알차게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20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변화. 영암의 아이들은 이제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에서 믿을 수 있는 주치의를 만날 수 있게 됐다.
2025.12.07 (일) 23: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