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J저널 망치] 산업정책은 흔히 기술 경쟁의 문제로 설명된다. 그러나 산업의 성패는 기술 이전에 이미 입지와 조건에서 상당 부분 결정된다. 산업은 공중에서 자라지 않는다. 반드시 특정한 공간 위에 내려앉고, 그 지역이 지닌 자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오늘날 반도체 공장은 단순한 제조시설이 아니다.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 초순수 생산 설비, 고속 물류망, 숙련된 인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도시 기능까지 결합된 거대한 사회적 인...
칼럼 GJ저널망치2026. 04.02[GJ저널 망치] 모기를 보고 감탄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대개는 손부터 올라가기 마련인데, 그날만큼은 달랐습니다. 현장에서 스쳐 지나가던 모기를 바라보다 문득, 이 작은 생물의 구조가 얼마나 정교한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털로 덮인 다리, 가벼운 몸, 낭비 없는 형태. 불편한 존재이지만, 퍼펙트한 하나의 설계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한 장의 사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의 사진가 Gil Wizen의 작품입니다. 렌즈를 통해 확대된 모기는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며 전혀 다른 존재처럼 드...
포토에세이 GJ저널망치2026. 03.26[GJ저널 망치] 소리를 본다는 말은 결국 귀와 눈이 하나라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요. 그러나 어떤 매체를 통과하면 우리는 간접적으로 소리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소리를 낼 때, 몸은 특정한 주파수를 만들어냅니다. 그 주파수가 물질의 형태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사이매틱스(Cymatics)’라고 하지요. 모래나 물 위에 음파를 가하면 일정한 기하학적 무늬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소리는 보이지 않지만 흔적을 남깁니다. 최근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은 소리를 이용해 심장 세포의 배열을 조절하는...
포토에세이 GJ저널망치2026. 03.12[GJ저널 망치] 인간은 문명을 만들면서 ‘버리는 것’을 만들어냈습니다. 자연에는 원래 폐기물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한편 미국의 Rich Earth Institute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 사람이 1년에 배출하는 소변에는 한 해 농사에 쓸 비료가 들어 있다.” 성인은 1년에 약 100~150갤런의 소변을 배출하고, 그 안에는 질소, 인, 칼륨 같은 작물 성장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소변조차 자연 속에서는 완전한 자원입니다. 말하자면 인간도 하나의 ‘이동식 비료 공장’인 셈이지요. ...
포토에세이 GJ저널망치2026. 02.26[GJ저널 망치] 감자를 보면 여러 사람이 떠오릅니다. 감자를 반으로 자르면 서리가 내린 듯 하얀 속살이 드러나지요. 그 모습을 보면 보성에서 시집오셨던 할머니가 먼저 생각납니다. 부엌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던 찐 감자 냄새, 아무 말 없이 건네주시던 따뜻한 손길이 함께 떠오릅니다. 감자는 제게 추억의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지리산 자락의 밭, 강원도 평창의 씨감자, 그리고 대전 연구소 시험농장까지 기억이 이어집니다. 한때 저는 ‘식물조직배양 자동화 연구’에서 감자를 다루었습니다. 완전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연구실의 작은 줄...
포토에세이 GJ저널망치2026. 02.12[GJ저널 망치]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가면, 우리가 아는 주황색 당근도 검정색으로 바뀝니다. 검정은 결핍의 색이 아니라 축적의 색이죠. 안토시아닌이 많아질수록 색이 짙어지듯, 사람의 몸도 삶도 깊어질수록 색깔이 진해집니다. 당근은 그 자체로 천연 의약품이지요. 혈액 응고를 늦출 수 있고, 혈소판 응집을 감소시켜 혈액 순환을 개선시킨다고 합니다. 시력 및 인지 행동 향상, 혈관 보호 작용과 항염증, 항당뇨에도 효과가 있으며, 히스타민의 방출을 억제해 알레르기 퇴치에도 매우 유용하지요. 이렇게 나열하다 보니 적포도주의...
포토에세이 GJ저널망치2026. 01.29[GJ저널 망치] 하얀 소금과 붉은 물, 그리고 조각배. 이 세 가지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순간, 저는 자연이 화가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붓도 팔레트도 없이, 빛과 미생물과 바람만으로도 이런 색을 만들어내는 존재라니. 세네갈의 분홍 호수, 사람들은 그곳을 락 로즈(Lac Rose)라고 부릅니다. 물빛이 분홍인 이유는 두날리엘라 살리나라는 미세한 녹조류 때문입니다. 이름은 분명 녹조류인데, 이 녀석은 초록이 아니라 붉은 색입니다. 강한 햇빛과 자외선을 견디기 위해 몸속에 베타카로틴이라는 붉은 색소를 가득 만들어내기...
포토에세이 GJ저널망치2026. 01.15[GJ저널 망치] 바다 속에서 무리를 이루어 유영하는 매가오리 떼를 보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하늘을 떠올립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늘보다도 우주겠지요. 깊고 푸른 바다 속에서 매가오리들은 마치 우주공간을 비행하는 비행체처럼 유유히, 그러나 질서정연하게 움직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하나의 ‘군무(群舞)’이지요. 매가오리는 이름 그대로 매의 날개를 닮았습니다. 바다 속에서 헤엄을 치는 모습이 마치 매와 같은 맹금류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으며 영어 명칭 또한 "이글 레이(Eagle ...
포토에세이 GJ저널망치2026. 01.02[GJ저널 망치] 모성은 시간을 지배하지 않습니다. 붙잡지도, 되돌리지도 않지요. 흐름을 거스르지 않되, 흘러가게 두지 않는 사랑입니다. 시간이 우리를 늙게 만드나요? 우리는 시간은 늘 앞으로만 흐른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엄마 앞에서는 그 원칙이 잠시 흔들립니다. 엄마의 품 안에서 시간은 느려지고, 갓 태어난 생명은 미래이지만, 그 미래를 안고 있는 엄마의 눈빛에는 이미 수많은 지난 시간이 겹쳐 있지요. 동시에 자신이 한때 아이였던 과거로 되돌아갑니다. 엄마의 시간은 기억으로 흐릅니다. 아가의 체온과 숨결은 시간 ...
포토에세이 GJ저널망치2025. 12.18[GJ저널 망치]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짝입니다. 정확히 1910년 된 문으로 청동으로 만들어졌으며 로마의 판테온 신전에서 지금까지도 원형 그대로 사용 중이라고 합니다. 실제 이 문은 전체 높이 약 7.53m, 폭 약 4.45m로, 인간 키와 비교하면 사진에서 보신 것처럼 “사람이 서 있어도 문이 압도적으로 크고 웅장한” 느낌이 납니다. 거기에다 단 한 사람의 힘만으로도 잘 열리고 닫힌다고 합니다. 혹시 로마에 다시 가시거든 꼭 확인해보세요. 판테온 신전은 7세기부터 ‘Basilica di Santa Maria ad ...
포토에세이 GJ저널망치2025. 12.04[GJ저널 망치] 지난 11월 25일 정부는 전라남도 나주를 꿈의 에너지 인공태양 연구시설부지로 선정했습니다. 인공태양이란 뭘까요? 영어로는 Artificial Sun, 핵융합을 지상에서 재현하려는 장치라고 보면 됩니다. 태양의 내부 온도는 1,500만°C, 중심부는 지구 대기압의 2,500만 배에 달하는 초고압입니다. 지구에선 그런 압력을 만들 수 없으므로 초고온 플라즈마를 도넛 모양의 자기장으로 가두는 장치를 만듭니다. 이 장치의 대표가 바로 토카막 핵융합 실험로이지요. 아주 간단히는 핵융합을 흉내 낸 기계시설입니다. ...
포토에세이 GJ저널망치2025. 11.28[GJ저널 망치] 촛불 위에 얹힌 작은 못. 불꽃이 아래로 내려오다 못을 만나는 순간… 그 간격이 곧 시간이 됩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이렇게 “무엇인가가 소모되는 속도”로 시간을 느꼈습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물시계는 3,500년 전 고대에서, 모래시계는 기원전 8~3세기로 추정되고, 사진과 같이 양초가 타는 속도로 시간을 재는 방식은 9세기 경 중국, 영국, 이슬람 세계에서 모두 사용 기록이 있어 천 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13세기 유럽에서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기계식 바늘 시계가 만들어지면서 우...
포토에세이 GJ저널망치2025. 11.20[GJ저널 망치] ‘어느 한적한 마을의 숲속에 우주선이 나타난다. 우주선에서 내린 외계인들은 지구의 각종 표본을 채취하던 중 인간들이 나타나자 서둘러 지구를 떠나는데, 그 와중에 뒤처진 한 외계인만 홀로 남게 된다. 방황하던 외계인은 한 가정집에 숨어들고, 그 집 꼬마 엘리어트과 조우하게 된다. 엘리어트는 외계인에게 E.T.(Extra-Terrestrial)란 칭호를 붙여주고 형 마이클과 여동생 거티에게 E.T.의 존재를 밝힌다. 그때부터 삼 남매는 엄마의 눈을 속인 채 집안에서 몰래 E.T.를 돌봐준다. 어느새 아이들과...
포토에세이 GJ저널망치2025. 11.06[GJ저널 망치] ‘그거 참, 영국 사람들의 일이다.’라는 생각이 우선 들 만한 건축물입니다. 이름은 오우즈 밸리 육교(Ouse Valley Viaduct). 1841년에 지어졌으며, 길이 450m에 이르는 이 육교는 오우즈 강을 가로지르는 런던–브라이튼 철도 노선의 일부로, 아름다운 녹색 계곡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철도의 설계자인 데이비드 모카타(David Mocatta)와 함께 존 어퍼스 래스트릭(John Urpeth Rastrick) 수석 엔지니어가 설계했습니다. 영국인의 고집스러움이 엿보이지요. 고가교는 ...
포토에세이 GJ저널망치2025. 10.23꽃비 흩날리는 길 위에서 웃음이 피어나는 순간, 함께 걷기 좋은 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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