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문융합] 분홍 호수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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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문융합] 분홍 호수 앞에서

문정기 공학박사

미생물이 강한 햇빛과 자외선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 붉은 색소를 띤 세네갈의 호수, 락로즈/Wikimedia Commons
[GJ저널 망치] 하얀 소금과 붉은 물, 그리고 조각배.

이 세 가지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순간, 저는 자연이 화가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붓도 팔레트도 없이, 빛과 미생물과 바람만으로도 이런 색을 만들어내는 존재라니.

세네갈의 분홍 호수, 사람들은 그곳을 락 로즈(Lac Rose)라고 부릅니다. 물빛이 분홍인 이유는 두날리엘라 살리나라는 미세한 녹조류 때문입니다. 이름은 분명 녹조류인데, 이 녀석은 초록이 아니라 붉은 색입니다. 강한 햇빛과 자외선을 견디기 위해 몸속에 베타카로틴이라는 붉은 색소를 가득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인간에게는 아름다움으로 보이게 됩니다.

자연은 늘 이렇게 무심합니다. 살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예술이 되곤 합니다. 보호를 위해 만든 색이, 사람의 눈에는 감동이 됩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조각배들은 노동의 배입니다. 소금을 캐는 사람들, 생계를 위해 물 위를 오가는 사람들. 그들의 하루는 분홍빛 낭만이 아니라, 땀과 무게의 반복일 것입니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그 노동조차 한 폭의 그림처럼 보입니다. 삶이란 게 원래 그렇지요. 안에서는 고단하지만, 밖에서 보면 의미와 형상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 호수를 보며 색에 대해 생각합니다. 우리는 보통 색을 감정에 비유합니다. 빨강은 열정, 파랑은 우울, 초록은 평화. 하지만 이 분홍은 어느 쪽도 아닙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고요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살아 있음의 색이지요. 견디고, 적응하고, 계속 존재하려는 생명의 색. 하얀 소금은 땅의 뼈고, 붉은 물은 생명의 피입니다. 조각배는 인간의 손입니다. 이 셋이 만나는 자리에서, 저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그리는 장면을 봅니다.

자연은 아티스트입니다. 인간은 그 앞에 서 있는 관람객이자, 때로는 그 그림 속에 들어가 살아야 하는 등장인물입니다. 그래서 이 분홍 호수는 단순히 예쁜 풍경이 아니게 됩니다. 살기 위해 변한 색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지요.. 살기 위해 흘린 땀이, 누군가에게는 풍경이 됩니다.

문정기
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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