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문융합] 이티(E.T.)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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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문융합] 이티(E.T.) 나무

나뭇결 속 E.T.는 인간 인식의 거울
문정기 공학박사

이티(E.T.) 나무, 단순한 연상이라기보다는 인간인식의 거울이기도 히다./Ahifa Kadidja, Frans de Waal
[GJ저널 망치] ‘어느 한적한 마을의 숲속에 우주선이 나타난다. 우주선에서 내린 외계인들은 지구의 각종 표본을 채취하던 중 인간들이 나타나자 서둘러 지구를 떠나는데, 그 와중에 뒤처진 한 외계인만 홀로 남게 된다.

방황하던 외계인은 한 가정집에 숨어들고, 그 집 꼬마 엘리어트과 조우하게 된다. 엘리어트는 외계인에게 E.T.(Extra-Terrestrial)란 칭호를 붙여주고 형 마이클과 여동생 거티에게 E.T.의 존재를 밝힌다.

그때부터 삼 남매는 엄마의 눈을 속인 채 집안에서 몰래 E.T.를 돌봐준다. 어느새 아이들과 E.T. 사이에는 끈끈한 정이 생기고, 특히 엘리어트는 E.T.와 텔레파시로 교감할 정도로 가까워진다.’ (영화 E.T. 줄거리 中)

E.T.(이티, 1984)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공상과학(SF) 영화입니다. 그의 AI(2001)과 함께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지요. 저는 두 영화를 보면서 E.T.와 데이빗을 빗대어보곤 합니다. ‘엄마, 저 데이빗이에요. 절 죽이지 말아주세요.’

우리가 나뭇결의 무늬에서 E.T.의 얼굴을 떠올리는 건, 단순한 연상이 아니라 인간 인식의 철학적 깊이를 보여주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는 착각이 아니고, 인식의 확장입니다. 즉, 인간은 우연한 자연의 무늬 속에서도 의미를 투사함으로써 세계와 대화하려는 존재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는 외계 생명체와 인간의 만남을 다룬 SF지만, 그 핵심은 과학적 상상력보다 철학적 감성에 있습니다. 그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로, 이방인임에도 공감, 그리움, 귀향을 상징합니다.

E.T.는 과학적 사실을 직접 증명하진 않지만, ‘우주는 생명으로 가득할 수 있다. 타자와의 만남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라는 철학적 전제를 감성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가 E.T.를 본다는 건, 자연 속에서 나 아닌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하는 행위입니다. 닐스보어의 상보론과도 상통합니다.

그래서 나뭇결 속 E.T.는 인간 인식의 거울이며, 과학과 철학을 잇는 인간 존재의 상징인 것이지요.

사람들은 이 나무를 ‘이티나무(Tree E,T.)’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문정기
공학박사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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