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 눈 위를 걸어가는 사슴의 그림자, 때로는 푸른색의 그림자가 진다./Antonio Cardenas Losa |
사슴은 갈색인데, 이상하게도 그림자는 하나같이 선명한 푸른색입니다. 사람들은 착시처럼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림자가 파란색이지?” 하지만 이것은 착시라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림자가 실제로 받은 빛이 푸른빛이기 때문입니다.
햇빛이 직접 닿는 눈은 태양의 흰 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사슴이 햇빛을 가린 자리에는 태양광이 직접 들어오지 못하지요. 대신 사방의 하늘에서 들어오는 빛, 특히 푸른 하늘에서 산란하며 내려오는 빛이 그 자리를 비춥니다.
그래서 그림자가 푸르게 보이는 것입니다. 아예 푸른 그림자입니다. 여기에 흰 눈과 파란 그림자의 강한 색 대비가 더해지면서, 우리의 눈에는 실제보다 훨씬 선명한 파랑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결국 이 사진은 우리에게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가르쳐줍니다. 우리는 흔히 그림자를 '빛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그림자는 빛의 없음이 아니라 빛의 차이입니다. 어떤 빛을 가렸느냐에 따라 그림자의 색도 달라집니다.
흰 눈 위에서 태양광과 하늘의 푸른색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합니다. 착시는 아니지만, 우리의 눈은 그 사실을 새롭게 발견하게 만듭니다. 그림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이지 않던 빛의 존재를 보여줍니다.
사슴이 지나간 자리마다 푸른 그림자가 남습니다. 마치 사슴들이 눈밭 위에 하늘의 색을 한 조각씩 떨어뜨리고 가는 것처럼.
며칠 사이에 부쩍 높아지고 더 푸르러진 하늘입니다. 여름이 떠난 자리에는 떠남이 남아 있지요.
![]() |
공학박사
현 과문융합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2026.09.21 (월) 0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