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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배경은 화순 뒤란 카페 야외정원) |
K-POP의 세계적 성공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영원한 문화적 패권을 보장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K-POP은 본질적으로 미국에서 형성된 팝 음악을 한국의 언어와 가수, 춤과 제작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지금은 한국이 앞서 있지만, 어느 순간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의 팝이 더 새롭고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유행은 바뀝니다. 다른 나라가 같은 형식을 더 새롭게 구현하면 세계의 관심은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K-POP에 머물지 말고 K-뮤직, 우리만의 음악적 뿌리와 정서를 세계적인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광주와 전남은 남도소리와 판소리, 민요, 한의 정서처럼 독보적인 문화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가 아직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발성과 리듬, 서사와 정서가 이 지역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익숙하다는 이유로 낡거나 촌스럽게 여겼던 소리가 세계인에게는 전에 들어보지 못한 강렬하고 새로운 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세계 무대가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역의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감각과 기술로 재창조한다면, 광주·전남은 K-POP의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K-뮤직과 K-컬처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 “우리에게는 세계가 주목할 서사가 너무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변화가 매우 치열했습니다. 왕조에서 근대국가로 넘어가는 과정, 식민지 경험과 독립운동, 분단과 전쟁, 독재와 민주화운동,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외환위기, 시민의 힘으로 이루어진 정치적 변화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도 드문 밀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고통의 기록이 아닙니다. 문화와 예술의 관점에서는 수많은 이야기와 인물, 갈등과 선택이 축적된 거대한 서사의 자산입니다.
우리 영화와 드라마가 세계에서 공감을 얻는 이유도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않아도 될 만큼 실제 역사와 삶에 풍부한 서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광주와 전남은 그 안에서도 독보적인 역사와 정서를 갖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의 희생, 남도의 소리와 한, 공동체의 경험은 다른 지역이 대신할 수 없는 문화적 자산입니다.
자부심은 막연한 구호에서 생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왜 문화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는지 자료와 역사, 실제 성과로 증명할 때 자존감과 자긍심이 생깁니다. 언론과 연구자, 문화예술계가 이런 자산을 더 깊이 발굴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화순만 들여다봐도 역사와 문화, 인물과 공동체의 서사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작업이 곧 세계적인 콘텐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 “새로운 문화의 주역과 새로운 표현 수단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3.0 시대에는 기존의 주류문화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주변 장르로 취급받았던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e스포츠와 같은 분야가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 중요한 문화의 중심이 됐습니다. 저는 그것을 등급을 나누는 의미의 ‘B급 문화’라고 부르기보다, 새로운 문화 또는 젊은 문화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AI 역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창작과 향유의 방식을 바꾸는 새로운 표현 수단입니다. 앞으로 문화예술의 장르와 제작 방식, 관객의 경험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할 것입니다. 기존 세대가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새로운 문화를 낮게 평가하거나 주변부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됩니다.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기술과 언어, 장르가 3.0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제도와 공간을 열어야 합니다.
동시에 기존 문화가 가진 가치도 함께 이어져야 합니다. 한쪽이 갑자기 사라지고 다른 한쪽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계절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듯 세대와 문화가 조화롭게 전환돼야 합니다. 다만 ‘점진적 변화’라는 말이 변화하지 않기 위한 핑계가 돼서는 안 됩니다. 시대의 속도를 살피면서도 지나치게 늦지 않게 새로운 세대에게 공간과 권한을 넘겨줘야 합니다.
![]() 특집기획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원중 위원장(우)과 김지유 대표(좌) |
■ “저는 20세기에 완성된 사람입니다”
저는 20세기에 만들어지고 거의 완성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21세기에 살아갈 사람들이 뛰어놀 공간과 제도를 결정하는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매우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사이에 방법론의 차이는 있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지향점이나 결과에 대한 그림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디지털 기술과 AI, 새로운 매체와 문화적 취향은 세대의 경험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제가 100%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기존 세대가 제도와 예산, 의사결정 권한을 더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겸손해야 합니다. 저는 조성위원회 회의를 시작할 때 위원들에게 이 문제를 꼭 말씀드립니다. 우리의 경험과 판단만으로 결정하지 말고, 생각의 범위를 다음 세대까지 확장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우리가 지금 만드는 것은 우리 세대가 놀기 위한 판이 아닙니다.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이 마음껏 활동할 판을 만드는 일입니다.
■ “우리의 기준으로만 결정하면 다음 세대가 모두 뜯어고칠 것입니다”
미래세대의 필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기존 세대의 경험만으로 제도를 만들면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결국 젊은 세대가 다시 뜯어고쳐야 하고, 그만큼 사회적 비용과 에너지가 낭비됩니다.
지금은 변화가 너무 빠른 시대입니다. 모두가 어느 정도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거나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혼란을 인정하고, 그 혼란을 새로운 에너지로 전환해야 합니다. 조성위원회에도 광주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온 위원들이 참여합니다. ‘광주’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의미도 다르고, 문화와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도 서로 다릅니다. 그 차이를 제거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드러내고 토론해야 합니다.
정책은 한 사람의 확신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듣고 조정하며, 현재와 미래에 미칠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특히 지금 우리가 하는 결정이 우리 자신을 위한 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문화정책의 출발점입니다.
■ “노래는 직관이지만 정책은 현실과 책임입니다”
가수로 활동할 때 저는 직관을 따라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어떤 시대가 올지, 무엇이 문제인지 남들보다 먼저 감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술가는 한 가지에 깊이 몰입할 수 있고, 때로는 현실의 복잡한 조건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각과 확신을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책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옳다고 확신하는 정책이라도 모두가 100%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정책이 추진되면 혜택을 받는 사람이 있는 반면 불편하거나 손해를 본다고 느끼는 사람도 생깁니다.
가수일 때는 미래를 직관하고 방향을 제시하면 됐지만, 정책을 맡은 지금은 그 방향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더 오래 고민해야 합니다. 긍정적 효과만 기대해서는 안 되고, 예상되는 피해와 소외, 반발을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과거에는 답답하게 여겼던 느린 속도와 절차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공적인 일에서는 가장 빠른 사람의 속도만 따를 수 없습니다. 가장 느린 사람에게 맞출 것인지,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평균적인 속도를 찾을 것인지도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저 혼자라면 싫은 자리에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적인 책임을 맡은 사람은 개인의 호불호보다 역할을 우선해야 합니다. 노래와 정책의 차이는 결국 직관과 현실, 자유와 책임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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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문화적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광주를 둘러싼 행정·산업 환경이 변하고,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가 논의되는 것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종합계획에도 새로운 변수입니다.
도시의 권역과 경제적 규모가 커진다면 문화정책 역시 이전과 같은 시야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문화특별시’라는 이름은 행정적 지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전문가 집단과 시민 모두가 그 위상에 걸맞은 인식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묻는 말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중앙’과 ‘지방’이라는 단어 사이에 보이지 않는 부등호를 그어 왔습니다. 저는 그것이 우열이 아니라 다름의 문제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광주가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도시가 되려면 스스로를 변방으로 규정해서는 안 됩니다. 중앙이 인정해 주기를 기다리는 태도에서 벗어나, 우리가 가진 역사적·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세계와 직접 소통해야 합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역시 광주만의 시설이 아닙니다. 국가 문화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광주에 세운 국가기관입니다. 시민들도 전당에 지역적 요구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세계가 들어오고 광주가 세계로 나가는 통로가 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지역에 뿌리내리되 지역에 갇히지 않는 것, 그것이 문화특별시가 갖춰야 할 자세입니다.
■ “국가 경쟁력과 시민의 삶의 질 함께 높여야 합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은 아시아 문화와 자원의 상호교류, 연구·창조·활용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광주에 조성하고, 민족문화와 세계문화를 발전시키며 국가균형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업은 단순히 광주에 문화시설을 늘리거나 지역 문화예술을 진흥하는 사업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첫째, 광주가 가진 역사적 경험과 문화자산을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둘째, 아시아 국가들과의 상호교류와 소통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셋째, 문화가 도시 발전을 이끄는 미래형 도시모델을 구현하고 다른 지역으로 확산해야 합니다.
넷째, 이를 통해 국가의 문화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이 사업의 최종 성과는 건물의 수나 행사 횟수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광주에서 새로운 콘텐츠와 산업이 탄생하는지, 시민이 문화적 성과를 일상에서 체감하는지, 아시아와 세계가 광주를 중요한 문화적 거점으로 인식하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 “저를 어떻게 기억해 달라는 바람은 없습니다”
훗날 사람들이 김원중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기억해 주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저는 특별히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저 제가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 무엇을 선택했고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가 자연스럽게 평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정해 놓고 사는 것은 제 방식과는 조금 다릅니다. 제가 맡은 자리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해야 할 일을 책임 있게 했다면 그 결과로 족합니다.
문화예술인으로 살아온 시간과 공적인 책임을 맡은 지금의 시간이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닙니다. 시대를 바라보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다만 지금은 제 직관만으로 말할 수 없고, 더 많은 사람과 다음 세대까지 살펴야 합니다.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보다, 지금 내리는 결정이 누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메가시티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민들은 문화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김원중 위원장 |
김지유 기자 gjm2005@daum.net
2026.08.24 (월) 08: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