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인터뷰1】 김원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
검색 입력폼
인터뷰

【특집기획 인터뷰1】 김원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

“우리가 만드는 판은 우리 세대의 것이 아닙니다”
문화전당의 본래 역할, ‘문화도시 3.0’과 다음 세대의 광주
“세계인 누구나 광주의 문화를 노래하는 도시가 목표”

김원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
[GJ저널 망치] 화순저널·GJ저널은 김원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을 전남 화순의 민간정원 '카페 뒤란'으로 초청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20년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시민들에게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중심의 사업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김원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문화전당의 역할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3.0'의 비전, 미래세대를 위한 문화정책의 방향을 밝혔다. 다음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주제별로 재구성했다.<편집자 주>
특집기획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원중 위원장(우)과 김지유 대표(좌)

■ “중심은 패권이 아니라 소통과 교류의 허브입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시민들에게 가장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아시아 문화의 소통과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구심점, 곧 허브가 되는 문화도시를 광주에 조성하는 국가 프로젝트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아시아 문화’는 단순히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속한 나라들의 문화를 모은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세계의 기준처럼 작동해 온 서구 중심적 사고와 문화적 규격에서 벗어나, 아시아가 지닌 다양성과 고유한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중심도시’의 ‘중심’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주변과 대비되는 중심, 우리가 대장이라는 뜻, 패권적으로 문화를 집중시키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양한 문화가 자유롭게 만나고 흩어지며 소통하는 터미널이자 허브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광주가 아시아 문화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오만해져서는 안 됩니다. 여러 문화가 광주에 모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와 창작물이 만들어지다 보면 광주는 자연스럽게 중심도시가 될 것입니다. 중심은 일방적으로 선언해서 얻는 지위가 아니라, 교류와 창조의 결과로 형성되는 역할입니다.

■ “문화전당 하나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의 전부는 아닙니다”
시민들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생각하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부터 떠올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화전당은 눈에 보이고, 실제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방문객도 꾸준히 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화전당이 사업의 전부는 아닙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전체 사업비는 약 5조 3천억 원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문화전당에 투입되는 예산은 전체의 5분의 2가 채 되지 않고, 5분의 3 이상은 광주 권역의 문화적 기반과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쓰이도록 계획돼 있습니다.

문제는 집행 구조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문화전당 관련 예산은 국비로 추진돼 상당 부분 집행됐지만, 광주 권역 사업은 국비와 지방비가 함께 투입되는 매칭 구조여서 상대적으로 집행 속도가 더뎠습니다. 광주 권역 예산의 집행률이 낮고, 집행된 예산도 문화시설 등 하드웨어 구축에 집중되다 보니 사업의 성과가 시민의 일상과 지역 예술인들에게 충분히 흘러가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시민 입장에서는 활발히 운영되는 문화전당이 조성사업의 전부처럼 보이게 됐고, 지역 예술인들의 기대와 요구 역시 문화전당에 집중됐습니다.

그러나 문화전당과 광주 권역 사업은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문화전당은 전당의 본래 임무에 집중하고, 시민과 지역 문화예술계의 요구는 광주 권역에 배정된 사업과 예산을 제대로 작동시켜 해결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 “문화전당은 이미 있는 것을 반복하는 곳이 아닙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본래 역할은 창·제작입니다.
문화전당의 공연장이나 전시장은 일반적인 공연과 전시를 반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공연장은 가변성이 크고 실험적인 작품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전시장 역시 정형화된 벽면에 작품을 거는 전통적 형식보다 설치미술과 새로운 표현을 유연하게 수용하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국가는 문화전당에 “이미 유행하는 것을 다시 하지 말고,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보라”는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새로운 형식과 작품을 실험하고, 그것을 세계에 선보이는 것이 전당의 존재 이유입니다.

지역사회의 요구에 응답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요구 때문에 전당이 본래 목적에서 멀어져서는 안 됩니다. 문화전당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익숙한 공연과 전시를 반복하는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하기 어려운 실험을 수행해야 합니다. 전당이 새로운 작품과 작가를 발굴하고, 광주에서 시작된 문화적 성과를 세계적인 콘텐츠로 성장시킬 때 비로소 국가문화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게 됩니다.

■ “운영권 지역 이양, 지금 찬반을 예단할 단계는 아닙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재정은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은 지역이 맡는 방안이 제안됐습니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분명 큰 변화가 될 것입니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찬성이나 반대의 결론을 미리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제안은 통합특별시장이 충분한 고민과 문제의식을 갖고 대통령께 제시했을 것이고, 대통령 역시 여러 의견과 보고를 바탕으로 숙고할 것입니다. 조성위원회도 제안의 취지뿐 아니라 장점과 단점, 지역이 갖춘 문화적 전문성, 국제적 감각, 행정 역량, 민관 협력과 거버넌스의 지속 가능성까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지역이 운영을 맡으면 지역의 자율성과 현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운영이 지역적 이해관계에 갇히거나, 국가기관으로서 전당이 수행해야 할 국제적·실험적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제안이 가진 의미를 인정하되 선입견 없이 충분히 논의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좋다”, “나쁘다”라고 예단할 사안은 아닙니다.

위원장 개인의 판단과 조성위원회의 판단을 구분해야 합니다. 시장을 만나 제안의 취지와 구상을 들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조성위원회의 결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성위원회는 위원들의 논의와 심의를 통해 결론을 내리는 법정 기구이기 때문입니다.

■ “계획 변경에는 반드시 조성위원회의 심의가 필요합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는 새로운 정책을 임의로 결정해 추진하는 집행기구가 아닙니다. 기본 방향과 제도, 종합계획의 수립과 변경, 인력 양성과 국제협력, 재원 조달, 추진 상황의 점검과 평가 등 법에 정해진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입니다.

문화전당 운영체계의 변경이 구체적인 정책과 계획으로 발전한다면, 조성위원회의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기존 종합계획과 사업 구조를 변경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이 절차를 생략하면 정책의 적합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반대 의견을 가진 측에서 절차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역 통합과 새로운 행정체제의 논의가 진행되는 시기라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상황이 실제 결정 단계에 이르면 조성위원회에서 충분히 심의하겠습니다. 그리고 심의·의결된 결과를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보고해 최종 판단의 근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원칙입니다. 내용에 관한 판단은 아직 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할 단계가 아니지만, 중대한 변경은 반드시 적법하고 충실한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카페 뒤란 야외정원 수국 앞에서

■ “3.0의 목표는 ‘세계인 누구나 광주의 문화를 노래하는 도시’입니다”
5월 2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3.0의 방향을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제시한 목표는 “세계인 누구나 광주의 문화를 노래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입니다.
1.0은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단계였습니다. 문화전당을 비롯한 물리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2.0은 문화전당이 문을 연 뒤 약 10년 동안 전당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며 콘텐츠와 성과를 축적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문화전당 방문객과 문화시설은 늘어났고,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분명한 성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이 남았습니다. 광주가 실제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됐는가. 문화적 국가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했는가. 세계가 광주를 찾을 만한 독창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냈는가. 저의 판단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3.0은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단계입니다. 세계가 광주로 들어오고, 광주에서 탄생한 문화가 세계로 나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광주의 문화를 지역 안에서 소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세계가 주목하고 배우며 향유하는 가치로 성장시켜야 합니다.

■ “문화전당은 아시아의 다양성을 녹이는 용광로가 돼야 합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3.0에서 문화전당은 일종의 용광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와 광주가 지닌 역사·정신·예술적 자산이 전당으로 모여야 합니다. 서로 다른 문화가 단순히 병렬적으로 전시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교류와 실험을 거쳐 이전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로 태어나야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과 작가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면 세계가 그것을 보기 위해 광주를 찾게 됩니다. 세계의 창작자와 전문가가 광주로 들어오고, 그 성과가 다시 광주 전역과 지역사회에 스며드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문화전당이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모아 새로운 것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 광주는 그 과정 자체를 통해 세계 문화의 중요한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문화의 중심’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는 이 두 가지 의미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문화전당은 아시아 문화가 모이고 새롭게 태어나는 중심 역할을 하고, 광주는 그 역할을 수행하는 도시로서 세계 문화의 중심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 “광주정신은 지키되 표현 방식은 과감하게 현대화해야 합니다”
광주가 세계와 연결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광주가 지닌 고유한 역사와 정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언어로 전환해야 합니다.

광주는 아시아에서도 매우 치열한 민주·인권·평화의 경험을 가진 도시입니다. 5·18민주화운동은 광주시민만의 기억에 머무는 사건이 아닙니다.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인류 보편의 서사로 확장될 수 있는 자산입니다.

다만 그 가치를 과거의 표현 방식으로만 반복해서는 세계와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민주·인권·평화라는 광주정신의 핵심은 지키되, AI, 미디어아트, 공연, 관광, 애니메이션, 게임과 e스포츠 등 새로운 장르와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 형식을 현대화해야 합니다. 광주의 기억을 현재의 언어로 번역하고, 다음 세대와 세계인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광주정신을 광주시민만의 기억으로 닫아 두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공유하는 민주주의 콘텐츠로 확산할 때 광주는 ‘K-민주주의의 중심’이자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광주정신은 지키되 표현 방식은 과감하게 현대화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김원중 위원장

<특집기획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김지유 기자 gjm2005@daum.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