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이 빚어낸 한반도, 수국이 수놓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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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이 빚어낸 한반도, 수국이 수놓은 여름

자연이 시간으로 써 내려간 한 편의 서정시
강은 묵묵히 흐르며 시간을 품었고...
수국은 그 곁에서 가장 찬란한 계절을 피워내고...

나주 동강면에 위치한 느러지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지형의 영산강 풍경(위) 수국꽃길정원(아래)
[GJ저널 망치] "화려한 꽃은 잠시 피었다 지지만, 아름다운 풍경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지난 27일, 나주시 동강면 느러지전망대를 찾았다.

전망대에 오르자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든 것은 영산강이 품어낸 한반도 지형이었다. 수만 년 동안 쉼 없이 흘러온 강물은 땅을 깎고 다듬으며 한 폭의 지도를 완성했다. 영산강이 세 방향에서 감싸 안듯 흐르는 모습은 마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 한반도를 닮아 있었다.

하늘 아래 펼쳐진 강줄기는 유유히 흐르고, 초록빛 들녘은 그 품 안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자연은 누구의 손길도 빌리지 않은 채 가장 위대한 작품 하나를 이곳에 남겨두었다. 그리고 그 풍경 아래, 또 하나의 여름이 피어나고 있었다.

숲길을 따라 이어진 수국정원은 지금 가장 화려한 계절을 맞고 있다. 보랏빛과 분홍빛, 하늘빛과 순백의 꽃송이들이 숲속 길을 따라 물결처럼 이어진다. 꽃들은 경쟁하듯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색을 품으며 하나의 풍경이 되고 있었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책길을 걷다 보면 마치 꽃의 바다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듯하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수국의 빛깔을 더욱 선명하게 물들이고, 숲을 지나온 바람은 꽃향기를 실어 나르며 발걸음을 붙든다.

가까이 다가선 수국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한 송이인 줄 알았던 꽃은 수없이 많은 작은 꽃잎들이 모여 이루어낸 우주였다. 연보랏빛 꽃잎은 초여름의 서정을 담고 있었고, 짙은 자주색 꽃송이는 깊어가는 계절의 농도를 품고 있었다. 같은 꽃인데도 저마다 다른 표정과 빛깔을 지닌 모습에 한참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시간 가는 줄 잊게 된다.

꽃길 곳곳에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피어났다. 가족들은 꽃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고, 사진작가들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프레임 속에 담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 천천히 길을 걷는 방문객들의 미소와 꽃들 사이를 스치는 바람까지도 이날의 풍경을 완성하는 한 장면이 되었다.

자연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같은 풍경은 결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영산강의 물결도, 숲길의 햇살도, 수국의 빛깔도 순간마다 달라진다. 그래서 오늘의 아름다움은 더욱 소중하다.

영산강이 삼면을 감싸 흐르며 빚어낸 한반도 지형, 그리고 그 곁을 형형색색 수국으로 수놓은 꽃길. 느러지전망대는 나주가 간직한 가장 아름다운 여름의 한 페이지였다.

강은 묵묵히 흐르며 시간을 품고 있었고, 수국은 그 곁에서 가장 찬란한 계절을 피워내고 있었다. 느러지전망대에서 만난 풍경은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자연이 시간으로 써 내려간 한 편의 서정시였다.
김지유 기자 gjm20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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