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목소리, 녹명(鹿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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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목소리, 녹명(鹿鳴)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 품자주자시민들 공동대표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 품자주자시민들 공동대표
[GJ저널 망치] 인터넷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이태희)이라는 글을 읽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맨얼굴, 가장 아름다운 손은 빈손, 가장 아름다운 말은 침묵, 가장 아름다운 대화는 미소 짓는 입, 가장 아름다운 기도는 십자가 밑에 꿇어앉아 눈을 감는 것, 가장 아름다운 친구는 그리워하는 사이’ 등등 하나같이 공감이 갔다.

그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무엇일까. 어릴 적 석양 무렵에 정신없이 골목에서 놀고 있을 때 “OO야, 밥 먹어라”고 부르던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쓴 시가 있다.

‘어머니의 목소리다 /내가 놀던 신천동 골목 끝/땅거미 지는 저녁/막 불이 켜진 전신주/희미한 보안등 불빛 아래/행주치마 입은 채로/밥 먹으러 오너라 /손짓하며 소리치던 어머니의/반가운 목소리다/이제는 그 목소리 들을 수 없어/내가 울면서 소리친다/어머니 진지 드시러 오세요/어머니 배고프실까봐/멀리 밤하늘을 향해/달을 보고 소리친다’(「녹명(鹿鳴)」. 정호승)

녹명(鹿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편에 ‘유유녹명 식야지평( 鹿鳴 食野之 )’이란 구절이 있다. “우~우하고 우는 사슴의 무리, 들에서 햇쑥을 뜯는다”는 뜻으로 사슴 무리가 평화롭게 울며 풀을 뜯는 풍경을 어진 신하들과 임금이 함께 어울리는 것에 비유하였다. 쑥을 뜯던 사슴이 “우우”하는 울음으로 배고픈 동료 사슴들을 불러 먹이를 나눠 먹고자 모으는 소리란다.

사자나 호랑이와 같은 동물들은 먹을 것을 발견하면 일단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뒷걸음질 쳐 혼자 먹기에 좋은 곳, 숨을(길) 곳을 찾는다. 길거리에서 먹을 것을 발견한 개들의 행동을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사슴은 다르다. 사슴의 울음소리 즉 녹명(鹿鳴)은 혼자 잘 먹고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같이 나눠 먹자고, 같이 살자고 배고픈 동료를 부르는 소리다. 어린 시절 밥 지어놓고 자녀들을 부르는 애타는 어머님의 목소리와 겹친다.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을 황금 만능주의, 자본주의, 능력주의 사회라 일컫는다. 이런 사회에서 일확천금, 한탕주의에 매료돼 무한경쟁을 통해 각자도생을 도모하며 승자 독식하려고 영끌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위험사회요, 피로사회며, 비교 경쟁 투쟁 감시사회다. 혼자 빛나려다 불행한 개인이 되는 구조다. 이것이 점점 대세가 돼 고착 상태에 이르고 있다.

맹수들의 정글과 같은 현대 사회는 오로지 생존 자체가 삶의 의의요 목표인 것 같은 참혹함을 느끼며 ‘녹명(鹿鳴)’을 간절한 마음으로 열망한다.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라는 총칼로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무찌르며 광분하던 1980년 5월 계엄군의 살벌한 살육의 현장에서 ‘주먹밥’을 만들어 “여기, 밥!”을 외치던 이름없는 광주시민들의 ‘녹명(鹿鳴)’!, 2024년 12월3일 계엄군의 탱크를 막아서며 ‘나를 밟고 지나가라’며 목숨 건 수많은 시민들의 ‘녹명(鹿鳴)’. 이뿐인가! 가난한 청년들에게 자존심 상하지 않을 만큼의 돈으로 김치찌개를 무한 제공하는 식당들의 녹명(鹿鳴), 미리 밥값을 지불해 놓고 어려운 이웃 누구라도 따뜻한 밥 한 그릇 먹으라는 ‘미래내 쿠폰’과 광주의 ‘홍시감’ 녹명(鹿鳴)도 있다. 또 각종 식재료와 반찬 등을 넣어두어 끼니가 어려운 이웃들이 꺼내갈 수 있게 하는 행정복지센터나 동네 골목길의 ‘공유냉장고’도 훌륭한 녹명(鹿鳴)이다.

그 외에도 긴 시간 각고의 노력으로 쌓은 식견이나 기술을 지역 주민이나 소외계층 시민들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소중한 녹명(鹿鳴)이다.

경쟁을 통해 이기고 성공해야 하고, 나의 이익을 위해 남을 배척하고 소외시키며 짓밟고자 하는 현실들이 아프고 무섭고 슬프다.

『이기적 유전자』 라는 책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보호하면 그 남이 결국 내가 될 수 있다” , “서로를 지켜주고 함께 협력(協力)하는 것은 내 몸속의 유전자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말한다. 모두 잘살 수 있는, 내가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남을 잘 살도록 배려하고 돕는 일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나만의 바람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바람이라 믿는다. 정녕 아름다운 사람이고자 한다면 인정하고 배려하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같이 잘 먹고 함께 잘 살자’는 녹명(鹿鳴)이 골목마다 거리마다 울려 퍼지길 소망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어머니의 목소리, 녹명(鹿鳴)!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품자주자시민들 공동대표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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