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 광주YMCA 이사 |
문제는 이 짐을 혼자 지기에 가능한 것도 있지만 도저히 혼자 짐 질 수 없는 것도 있다. 또 내가 자초한 짐도 있지만 내 의지와 전혀 관계 없이 짐을 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내 뜻과 의지에 상관 없이 짐을 져야 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사회 속에서 연결된 채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말과 당나귀>라는 이솝우화가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한 주인이 당나귀와 말에 각각 짐을 지우고 길을 가는데, 당나귀가 힘겨워하며 말에게 ’짐을 조금만 덜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말은 매정하게 거절한다. 힘에 겨워 끙끙대던 당나귀는 이내 숨을 거두고 만다. 그러자 주인은 말에게 모든 짐을 지우고 죽은 당나귀 가죽까지 그 위에 얹는다. 말은 당나귀를 돕지 않은 것을 뒤늦게 후회하며 탄식한다. “이게 무슨 고생이냐! 작은 짐을 더 지지 않으려다가 결국 당나귀 짐 전부와 당나귀 가죽까지 짊어지게 되다니.’
이 우화에서 당나귀는 자기 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죽고, 말은 자기 짐에다 죽은 당나귀의 짐과 그 가죽까지 짊어지는 고통과 그로 인해 후회하고, 주인은 당나귀를 잃는 재산상의 손해로 연결돼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영화 제목이 인용한 영국 시인 존 던(John Donne)의 시 ‘죽음에 임한 때의 기도’에 ‘인간은 누구도 혼자만의 섬이 아니다/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본토의 일부일 뿐이다/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쓸려나가면/유럽은 그만큼 줄어든다/바다로 툭 뛰어나온 육지도 마찬가지다/누구의 죽음이든,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나는 인류에 속하기 때문이다/그러니 누구를 위해서 조종(弔鐘)이 울리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마라/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린다’라는 시구(詩句)처럼 당나귀, 말, 주인도 혼자만의 섬이 아니고 대륙의 한 조각이요 본토의 일부분일 뿐이다. 인류에 속한 ‘나’들 즉 인간이나 동물은 한 조각씩 일부를 나눠 짐 질 수밖에 없다. 또 그렇게 나눠 짐 질 때만 인류에 대한 나의 짐을 줄어들게 할 수 있다. 당나귀의 짐을 말이 나눠 줄여주면, 말은 당나귀와 상생할 수도 있고, 당나귀가 죽은 후 져야 할 자신의 짐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주인에게도 짐 운반해야 하는 짐(고민 혹은 부담)을 줄일 수 있게 연결돼 있다.
하지만 주인은 애초부터 당나귀의 힘, 상황 등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듯싶다. 또 말은 당나귀의 절박한 고통을 가볍게 외면 배척했다. 또 주인은 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죽은 당나귀의 짐과 그 가죽까지 지게 하는 무자비한 사람이었다. 즉 우화 속의 말, 당나귀와 주인, 말과 당나귀는 서로 관심을 가지고 배려 존중하는 상호부조의 연결 관계는 전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말의 뒤늦은 탄식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작은 짐을 나눠지지 않으려다가’라는 말은 ‘작은 짐을 나눠졌더라면’하는 탄식이다. 말은 뒤늦게서야 자신이 당나귀와 그의 작은 짐과 연결돼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또 이 탄식은 주인의 탄식으로 이어져야 완성이 된다. 왜냐면 주인의 짐은 당나귀의 죽음과 말의 탄식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최종 결정권자인 주인과 연결돼 귀결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각자도생의 신화를 신앙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이 비극적 현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비결은 ‘짐을 조금만 덜어달라’는 당나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데 있다. 이 작은 관심과 배려가 당나귀를 살리고 말의 과로와 탄식을 거두게 하며 주인의 손해를 미리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사람은 누구나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간다. 따라서 서로의 처지에 공감하며 다른 사람의 고통과 아픔에 ‘짐을 조금 나누어지려는’ 상호부조(相互扶助)의 연결된 마음을 갖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모든 사람들이 당나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과 배려의 손을 내밀어 연대해야 한다. 그 연대의 단단한 끈이 죽고 탄식하며 손해나는 일에서 벗어나 주인과 당나귀와 말에게 살맛 나게 하는 연결 고리가 돼 모두 상생하는 공동체를 완성할 것이다.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광주YMCA 이사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2026.08.27 (목) 1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