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의 참혹한 죽음과 경찰의 증거인멸·유착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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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의 참혹한 죽음과 경찰의 증거인멸·유착 밝혀야

김종분 前 전남도여성가족정책관

[GJ저널 망치] 5월 5일 어린이날, 한 소녀의 생명이 잔인하게 끊어졌다. 수업을 마친 소녀는 밤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피의자 장윤기는 광산구 월계동의 보행로에서 17살 이채원 양을 살해하고, 소녀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자 고등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피의자 장윤기는 소녀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납치하려다가 저항하자 흉기로 살해했다면서 우발적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묻지마 범죄 혹은 우발적인 살인사건으로 귀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피의자 장윤기가 2025년 지역아동센터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면서 여중생의 신체 일부를 7회에 걸쳐 불법 촬영한 사실, 주거지에서 여러 조각으로 훼손된 리얼돌(사람 형상의 성인용품)이 발견된 정황, 2026년, 前 여친 감금 및 성폭행 사건 후 스토킹 신고당한 사실, 그리고 부검의 소견(심장과 머리를 잇는 목 혈관 2개가 절단되어 치명적인 출혈이 발생),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서를 받아든 검찰은 피의자 장윤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고 그의 주장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피의자 장윤기가 차량으로 여고생을 1㎞가량 뒤따라가며 10여 분간 이동 동선을 살핀 뒤 폐쇄회로(CC)TV가 없고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 소녀의 등 뒤에서 목을 잡아채 주차된 차량 쪽으로 끌고 가려 한 행동, (납치를 위해) 인도 쪽 차량 뒷문을 열어 둔 사실, 범행 후 차량과 흉기를 버리고 달아났으며 머리를 자르고 혈흔이 묻은 옷은 무인 세탁소에서 세탁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고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고 했다는 점에서 준비되고 계획된 범죄로 본 것이다.

피의자 장윤기의 범행도 끔찍했지만 보완수사를 통해 드러난 또 다른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경찰의 증거인멸과 유착 의혹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피의자 장윤기가 여고생을 미행할 때 사용한 차량을 수색하고 차량 내부도 촬영했다.

이 동영상엔 피의자 장윤기의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케이블 타이도 담겨 있었다. 이는 피해자를 납치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결박하기 위한 도구로 의심할 수 있는 핵심 증거물이었다. 그런데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서 케이블 타이 관련 내용은 뺐다. 또 피의자 장윤기 아버지(광주관내 현직 경찰)에게 사건 내용을 알려준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은 부하 직원에게 동영상을 삭제하라는 지시까지 했다고 한다.

경찰관인 아버지는 피의자 아들의 자취방을 정리하면서 범행과 관련된 증거인 리얼돌을 훼손하고 휴대폰을 없앴다. 경찰관들이 공적 윤리를 저버리고 공무상비밀누설·증거인멸·증거인멸방조 등의 행위를 한 것이다.

광산경찰서 수사팀의 봐주기식 수사와 조직적인 증거인멸은 사건발생 후 두 달이 지나서야 드러났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증거를 훼손하고 인멸한 피의자 장윤기의 아버지인 현직 경찰관을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 형법 제155조 4항에 친족을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법상 특례조항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를 보면서 가장 걱정되는 사람은 고(故)이채원 양의 부모였다. 고(故)이채원 양의 부모는 6월 1일 딸의 초상화를 공개하고 "사람을 살리는 직업을 꿈꾸고 누군가를 돕는 일을 좋아했던 아이를 잃은 뒤 가족의 삶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하루아침에 살인범에게 사랑하는 딸을 잃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텐데 피의자는 우발적 살인이었다고 하고, 피의자의 아버지인 현직 경찰관은 증거를 훼손 인멸하였는데도 처벌할 수 없다고 하니 얼마나 기가 막히겠는가.

이제 광주경찰청이 하는 수사는 믿을 수가 없다. 꿈도 피우지 못하고 떠난 고(故)이채원 양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제3의 기관이 이 사건을 맡아 처음부터 다시 수사해주길 부탁한다. 피의자 장윤기의 범행이 우발적 범죄가 아니라 계획된 납치 시도 및 살인행위였음을 밝혀달라.

피의자 장윤기의 아버지인 현직 경찰관의 증거인멸죄를 국가공무원법, 경찰공무원 징계령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징계 조치해주길 바란다. 광산경찰서의 공무상비밀누설·증거인멸·증거인멸방조 등 조직적 유착의혹도 낱낱이 밝혀주길 바란다. 이러고도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너무도 염치없는 짓 아닌가.

국회는 친족을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법을 개정해주길 부탁드린다. 법치주의에 반하는 이런 독소조항은 이제 폐지되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시는 여성과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을 안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젠더폭력대응체계를 꼼꼼하게 세워주길 바란다. 철저한 수사와 제도적 보완이야말로 억울하게 살해당한 고(故)이채원 양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김종분
전)전라남도 여성가족정책관, 전남도의원
현)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공동대표
광주여성민우회 운영위원
오월민주여성회 이사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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