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삼호 사고 닷새 만에…대불산단 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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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HD현대삼호 사고 닷새 만에…대불산단 또 사망

몽골 이주노동자 700㎏ 배관에 숨져
노동계 “산단 전체 특별근로감독 해야”
점검 뒤 반복…안전관리 실효성 도마

▲ 28개 노동·시민단체가 지난달 29일 고용노동부 목포지청 앞에서 대불산단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HD현대삼호 영암조선소 계류로프 사망사고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대불산단에서 또 노동자가 숨졌다. 지난달 27일 한 도장업체에서 몽골 국적 이주노동자가 700㎏ 금속 배관에 맞아 사망하면서, 대불산단 전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요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8시 30분께 삼호읍 대불산단 내 한 선박 구성품 도장업체에서 몽골 국적 40대 여성 이주노동자 A씨가 배관에 몸통 부위를 맞았다.

A씨는 동료들과 함께 크레인으로 배관을 들어 올려 도장 작업을 준비하던 중 흔들린 배관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맞은 배관은 무게 700㎏, 길이 191㎝, 지름 50㎝의 금속 배관으로 파악됐다.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인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 경위와 작업 당시 안전수칙 준수 여부,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HD현대삼호서 닷새 전 계류로프 사고

이번에 발생한 사망사고는 HD현대삼호 영암조선소 계류로프 사고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일어났다.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25분께 HD현대삼호 영암조선소 1돌핀안벽 B선석에서는 선박 접안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계류로프에 맞아 쓰러졌다. 당시 8313호선 선수부를 안벽에 접안시키는 과정에서 선박이 움직였고, 무링로프를 잡고 있던 보조로프인 스토퍼가 파단됐다. 이 과정에서 장력이 걸려 있던 메인 무링로프가 풀리며 작업 중이던 노동자의 얼굴을 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날 숨졌다.

이에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사고 사흘 뒤인 25일 고용노동부 목포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삼호 사고가 표준작업지시서상 작업 인원과 2인 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시 접안 작업에 신호수가 배치되지 않았고, 로프 작업도 사실상 고인 혼자 맡았다는 것이다. 숨진 노동자는 HD현대삼호 선박커미셔닝부 선거팀 소속의 18년 경력 노동자로 전해졌다.

두 사고는 피해자의 국적과 고용 형태, 작업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모두 조선업 고위험 작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라는 점에서, 대불산단과 영암 조선업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산단 전체 차원에서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 “죽음의 산단”…28개 단체 규탄

잇단 사망사고에 지역 노동·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등 28개 단체는 지난달 29일 고용노동부 목포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불산단 전체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단체들은 대불산단에서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물량 경쟁과 다단계 하청구조가 만든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다. 이들은 고강도·저임금 노동, 위험을 하청·재하청으로 떠넘기는 구조, 이주노동자에게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안전교육과 의사소통 체계가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대불산단에서 중대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14명이다. 지난해 10명, 올해 4명이다.

올해만 보더라도 지난 2월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졌고, 나흘 뒤에는 대한조선 제1공장에서 캄보디아 국적 노동자가 선박 블록에 깔려 숨졌다. 이어 지난달 22일 HD현대삼호 계류로프 사망사고, 지난달 27일 도장업체 배관 사고가 잇따랐다.


장관 점검·고발 뒤에도 반복

당국의 대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이주노동자 2명이 나흘 간격으로 숨진 뒤, 3월 초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불산단 조선업 현장을 불시 점검했다. 당시 선박 블록 상부 추락방지 미조치 등 위험요인이 적발됐다.

고용노동부 목포지청도 대불산단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획감독과 불시점검을 진행했다. 노동·시민사회·종교·정당 등 27개 단체는 원·하청 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석 달여 만에 같은 지역 조선업 현장에서 두 명이 더 숨졌다. 노동계는 사고 때마다 개별 사업장을 조사하고 일부 위반사항을 적발하는 방식으로는 대불산단의 반복 중대재해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불산단 전 사업장 특별근로감독, 민관합동 특별대책기구 또는 상설 안전협의체 구성 등 노동계의 요구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선업 구조 문제를 다룬 기존 보고서도 이 같은 지적과 맞닿아 있다. 「2025 한국 조선업 인권보고서」는 조선업 중대재해의 배경으로 형식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 다단계 하도급 구조, 위험의 외주화,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를 지목한 바 있다.


“모국어 안전교육·상설협의체 필요”

단체들은 고용노동부에 대불산단 전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과 원청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단계 하청구조 개선과 위험의 외주화 근절, 이주노동자 맞춤형 안전보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주노동자 안전대책으로는 출신국 언어로 된 안전교육, 작업 현장 통역 지원, 위험성 평가 과정 참여 보장 등이 제시됐다. 단체들은 영암군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 노·사·민·관이 참여하는 상설 안전협의체 구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HD현대삼호 계류로프 사고와 대불산단 도장업체 배관 사고의 정확한 경위,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불산단 중대재해가 반복되면서 사고 사업장별 조사와 처벌을 넘어 산단 전체의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하청구조, 이주노동자 안전교육, 원청 책임, 행정 감독 체계를 함께 들여다보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선호성 기자 gjm2005@daum.net
키워드 : 대불산단 | 사망사고 | 영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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