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 광주YMCA 이사 |
1920년에 설립된 광주Y는 일제의 감시와 탄압 속에서 민족혼을 일깨우는 학교였고, 억압받는 민중들 속에서 시대의 양심을 지키는 보루요 횃불인 공동체였다. 그런 점에서 광주Y 운동은 청년 운동이요 교육 운동이며 인간 존엄 회복 운동이며 인류 보편의 평화운동이었다.
금남로 광주Y 회관 오방실에는 김구 선생님이 오방 최흥종 목사에게 써 준 ‘화광동진(和光同塵)’ 액자가 걸려 있다. ‘빛을 부드럽게 하여 세상의 먼지와 함께 한다’는 뜻이다. 노자는 “진정한 큰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세상과 더불어 숨 쉰다”고 말했다. 광주Y 선배들은 자신을 영웅으로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힘없는 백성들과 함께 울고 굶고 견디며 싸웠다. 그들의 위대함은 마른자리 높은 곳보다는 진자리 낮은 자리에서 시대를 품었다는 사실에 있다.
특히 오방 최흥종은 교회 안의 신앙인이 아니라 거리의 신앙인이었다. 그는 약자와 병자, 가난한 이들 곁에서 “사람을 살리는 것이 곧 하나님을 섬기는 일”임을 증언했다. 그는 스스로 오방(五放-‘다섯 가지를 놓아 버린다’ 즉 집안 일, 사회적 체면, 경제적 이익, 정치적 활동, 종파적 활동에 대한 집착을 떨어버린다는 뜻)을 선언하고 ‘화광동진(和光同塵)’한 것이다. 그가 한센병 환자와 걸인들의 아버지가 되어 사회적 최하층의 삶을 자처한 것은 자신의 밝음을 과시하지 않고 질병과 기아, 차별과 소외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몸말이다.
또한 김철주, 최영균, 주형옥, 김철(김복현), 최병준 선배들이 청년 교육과 농촌 계몽운동에 투신한 것도 밖으로는 일제 저항운동이었고 안으로는 굶주림과 질병, 차별로 고통받는 인간 구원이었다. 광주Y 운동은 독립운동의 실천이요 Y의 생명 평화의 가치 실현이었던 것이다.
이런 광주Y 선배들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추모의 마음과 함께 몇 가지 질문 앞에 선다.
우선 “너는 어떤 가치를 가진 존재인가”라는 질문이다. 현대의 최고 가치는 돈과 성공, 경쟁과 효율, 속도다. 스스로 영웅이 되려고 각자도생, 무한경쟁에 영끌하며 생존을 위해 사투하고 있다. 반면 광주Y 선배들은 자신의 성공과 영웅됨을 버리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백성과 민족 공동체 살리기에 투신하였다. 이 시대 우리들은 어떤 가치로 살아가고 있나를 다시 묻게 되는 이유다.
또 “이 시대에 청년(young man)의 책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역사의 길목엔 항시 시대의 문제를 고뇌하고 실천하는 청년(young man)들이 있었다. 광주Y의 선배들이 그랬다. 일제로부터 정치적 해방, 질병과 극빈으로부터 인간 존엄의 회복, 약자에 대한 연민과 연대를 통한 세계 평화와 생명의 존엄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금 경제 위기, 기후 위기, 양극화, 전쟁과 질병 그리고 공동체의 분열과 붕괴 등의 현실에서 청년(young man)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시대에 평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대개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광주Y 선배들은 가난과 억압, 불평등과 부자유로부터 해방되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생명의 존엄한 평화 사회를 꿈꿨다. 경제적 부유 속에서도 차별과 소외, 혐오와 배제, 착취가 만연한 이 시대의 척박함, 거칠음은 이미 평화의 시대가 아니다. 이런 시대에서 우리는 평화를 무엇으로 어떻게 꿈꾸어야 할 것인지를 다시 묻게 한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 나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 광주Y 선배들의 묘역을 찾아 뵙는 일은 단순한 기억을 넘어 새로운 결단이어야 한다. 국립대전현충원에 모셔진 광주Y 선배들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함께 살아가려는 가치’, ‘청년(young man)으로서 역할과 책임’, ‘생명과 평화에 대한 꿈’을 새롭게 되짚어 보며 마음의 고삐를 죈다.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광주YMCA 이사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2026.08.24 (월) 1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