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책> 말이 진실을 가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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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전산책> 말이 진실을 가릴 때

맹자의 ‘지언(知言)’과 오늘의 법률기술자들
率性齋 金塗洙(솔성재 김도수)

[GJ저널 망치] 맹자의 「浩然之氣章」(호연지기장)을 읽다가 문득 그 뒤에 이어진 ‘知言’(지언)의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詖辭知其所蔽(피사지기소폐·편벽된 말은 그가 무엇을 숨기고), 淫辭知其所陷(음사지기소함·지나친 말은 그가 무엇에 빠져 있으며), 邪辭知其所離(사사지기소리·간사한 말은 그가 어디에서 벗어났고), 遁辭知其所窮(둔사지기소궁·도피하는 말은 그가 얼마나 궁지에 몰려 있음을 드러낸다.)”

맹자는 말을 통해 사람의 도덕과 양심을 꿰뚫어 보았다. 언어는 마음의 그림자이며, 거짓된 말은 그 자체로 부패의 징후다.

요즘 특검과 법정을 보면 진실보다 궤변이 앞서고 정의보다 기술이 판친다. 법의 근본을 세워야 할 이들이 오히려 법의 틈을 이용해 진실을 가리고 책임을 피하려 든다. 그들의 교묘한 언사는 바로 맹자가 경계한 ‘악언(惡言)’의 네 갈래다.

“법에 따라 처리 중이다”, “절차상 문제없다”는 말은 피사(詖辭)다. 자신에게 유리한 법조문만 내세워 불리한 진실을 감춘다.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끝내 밝히지 않거나, 기기를 바꿔 증거를 지우며 “법적 권리 행사”라 포장하는 행위, 이것이 바로 숨김(蔽)의 언어다.

“정치보복이다”, “마녀사냥이다”라며 스스로를 피해자로 꾸미는 언사는 음사(淫辭)다. 화려한 수사(修辭)로 여론을 기만하고, 감정과 사심으로 정의를 흐린다. 진실보다 체면이, 정의보다 권력이 앞서는 그 말에는 이미 빠짐(陷)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압수수색을 막고 공권력에 대항하며 “정치적 탄압”이라 외치는 태도는 사사(邪辭)다. 법의 정신을 짓밟고 정도에서 이탈(離)한 언어다. 법률 기술이 권력의 방패로 변하는 순간, 정의는 흉기에 찔려 피 흘리게 된다.

“기억나지 않는다.”, “법정에서 밝히겠다.”는 말은 둔사(遁辭)다. 논리와 양심이 다한 자의 마지막 숨통이며, 그 말에는 더 이상 감출 곳 없는 궁핍(窮)의 냄새가 진동한다. 거짓은 결국 스스로 무너진다.

피사는 숨김의 말, 음사는 빠짐의 말, 사사는 이탈의 말, 둔사는 궁핍의 말이다. 이 네 가지가 판을 치는 곳에서 정의는 병들고, 법은 기술로 타락하며, 진실은 사라진다.

맹자의 ‘지언(知言)’은 오늘의 재판정에도 묻는다. 그대의 말은 진실을 말하는가, 아니면 국민을 속이는 거짓을 말하는가? 이런 기만적 언행을 국민이 믿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아니면 정의의 법정까지 속일 수 있다고 믿는가?


率性齋 金塗洙(솔성재 김도수)
2025. 10. 31.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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