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책> 공기를 사사로이 하면 국정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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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전산책> 공기를 사사로이 하면 국정은 무너진다

率性齋 金塗洙(솔성재 김도수)

[GJ저널 망치] 관중이 병들어 자리에 눕자, 제환공이 문병을 와서 물었다.

“그대가 떠난다면, 정사를 누구에게 맡겨야 하겠는가?”

관중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재상이란 천하의 무게를 떠받드는 자리입니다. 사사로운 정으로 맡겨서는 안 됩니다.”

환공이 포숙아를 추천하자, 관중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포숙아는 군자입니다. 천 승의 나라라도 도리에 맞지 않으면 받지 않을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선악 판단이 지나치게 분명하여, 정사를 맡기기엔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의 기준은 오직 ‘공(公)’이었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소중한 인연이라도, 공직은 결코 사사로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관중은 임종 직전에도 환공이 총애하던 측근들을 멀리하라고 당부했다. 그들이 보여준 충성은 지나치게 사적이었고, 그래서 공직에 합당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겉으로 드러낸 거짓은 오래가지 못하고, 속이 빈 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공직이란 공적인 기준에 따라야 하며, 그것이 무너지면 국정 전체가 흔들린다는 뜻이다.

이 일화는 지금의 한국 정치에도 준엄한 경고를 던진다.

그러나 오늘의 대통령은 어떤가. 수많은 언론과 국민 여론이 “부적격”이라 지목한 인사들을, 개인적 신뢰와 충성만을 이유로 끝내 임명 강행하려 한다. 이는 곧 공직을 사사로이 하는 행위이며,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정당성 없는 월권이다.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이 반복되지만, 그 권한은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다. 국민이 위임한 공권력일 뿐이다. 충성과 인연에 기대어 공직을 나눠주는 순간, 공기는 사기(私器)로 전락하고 만다.

《사기》〈화식열전〉에서 사마천은 정치를 다섯 단계로 나눈다.

“가장 훌륭한 정치는 백성의 뜻을 따라 이익으로 이끌고, 가장 나쁜 정치는 백성과 다투는 것이다.”

지금의 인사정책은 그 ‘하책’보다 더 나쁘다. 이는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정치 불신을 증폭시키는 독단이기 때문이다.
지지율을 앞세워 고집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그러나 지지율은 민심의 온도계이지 통치의 면허증이 아니다. 오늘의 고집이 내일의 몰락을 막아주지 않는다. 공기를 사유화한 권력의 끝이 어땠는지를, 우리는 수많은 정권의 몰락에서 이미 보아왔다.

나는 한때 공직자였고, 지금은 사서삼경을 강의하는 한학자다.

고전은 옛말이 아니다. 오늘 정치가 반드시 되새겨야 할 준엄한 법도이자, 냉철한 거울이다.

관중은 생사의 은인조차 공직에서 배제했다.

지금 대통령은 그 반대로 사사로운 인연으로만 공직을 채우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국민은 등을 돌릴 것이며, 정권은 돌이킬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멈춰야 한다.

공기를 사사로이 하면 국정은 반드시 무너진다.

率性齋 金塗洙(솔성재 김도수)
2025. 7. 25.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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