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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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공과 오늘

김한중 진달래교회 목사 · 솔성수도원장

이세종 생가.
[GJ저널 망치] 화순은 자랑거리가 참 많은 고장이다. 적벽, 고인돌, 조광조, 운주사… 그렇지만 기독교인들의 입장에서는 세계적으로 위대한 영혼이 화순에 있었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자랑거리다.

그 영혼은 참사람이면서 참 예수쟁이 이공 이세종이다. 예로부터 도암에서는 "예수 믿으려면 이세종처럼 믿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지극히 순수하게 예수의 가르침을 오롯이 실천하며 살았던 사람이었다.

일제강점기를 살다가 간 사람이지만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아 우리는 그저 전설로만 그의 모습을 유추할 따름이다.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영성적 판단이 없어 지금까지 그 제자 이현필의 모습을 통해서만 그려져 온 그의 모습은 참으로 옹색하고 또는 과장되어 있다.

우리가 어른을 기린다는 것은 그의 모습을 정밀히 비판하고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다. 이공의 후예들은 그 작업에 지금도 서툴다. 그래서 위대한 세계적 신앙인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탄스러운 것이다.

이공이 태어나기 약 20년 전 수운 최제우가 하늘의 음성을 듣는다. 그리고 제자 해월 최시형이 실천적 신학을 정리하며 '사인여천, 유무상자' 정신을 집대성하여 동학을 성장시킨다. 그 영성이 민중과 결합될 때 수백만 교도를 모았고 동아시아 초유의 정신-정치 혁명을 가능케 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물론 동학의 목적이 혁명인 것만은 아니지만.

이공은 또 다른 길을 통하여 하늘의 음성을 들었고, 제자 이현필이 동광원 운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민중과의 결합이 아쉬웠다. 한국 기독교 특유의 시기심의 정죄 문화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 후학들이 이공의 영성을 재조명해야 할 때가 되고 있다. 이공의 사회적 영성이 연구되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것이 병든 이 땅의 종교문화에 하나의 처방전이 될 것이다.

지난 몇 달간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파동을 겪으면서 시대착오적 마법의 세력들이 나라를 주무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유령 김백문의 후예 문선명, 박태선의 제자들이 부패한 친일정권과 야합하여 정치를 유린하고 혹세무민하며 백주에 그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문선명 계열의 한학자, 정명석, 박태선 계열의 이만희, 유병언, 최태민 등의 구원파들이 전광훈, 손현보 등 보수 기독교 부패 목회자들과 손잡고 권력과 이익의 한 배를 타고 간다. 나라가 어찌되든 국민이 어찌되든 그들은 아무 관심이 없다. 오직 돈과 권력, 부패를 지연시켜주는 돈과 권력 뿐.

이공은 일제의 박해를 피해 산에 숨었지만 길가에 나온 칡순 하나도 밟지 않고 치우고 가는 생명사랑의 실천자로 살았다. 사람 속에서 하나님을 보았기에 어린이에게도 존대했고 행악자 앞에서도 무릎을 꿇었다. 그는 민족보다 더 큰 것을 걱정했으므로 기독교 동학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천주의 삶이 일상이 되었고 유무상자는 상식이었다. 점점 썩어가는 이 땅의 기독교를 보면서, 같은 예수쟁이라고 하면서 이렇게도 삶이 다른가 놀라게 된다.

이공이 소천해서 맨땅에 묻힐 때, 유언을 지킨다고 선생의 얼굴에 그냥 흙을 덮는 것을 보고 가슴 아팠다는 부인의 증언을 건너 전해 듣고 신앙인의 삶이 이렇게까지 낮아져야 하는가 먹먹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 정권 수십 년 동안 미, 일을 등에 업고 기도라는 형식으로 배후를 위장하며 숱한 악을 재생산해 온 기독교 늙은 권력이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빡빡머리에 삐쩍 마른 선생의 모습이 애달프다.

김한중 목사
솔성수도원장
진달래교회 담임 목사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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