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식 센터장, 다문화 가족은 결코 먼 나라의 타자도, 역차별의 대상도 아닌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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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종식 센터장, 다문화 가족은 결코 먼 나라의 타자도, 역차별의 대상도 아닌 선물

‘다정다감한 사랑공동체’ 화순군 가족센터
소통의 어려움 해결이 최우선, 고립감과 외로움 커지지 않도록…
다문화 가족의 어려움, 토끼와 경주하는 거북이의 어려움과 같아

화순군 가족센터 내에 마련된 교류 소통 프로그램 공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종식 센터장.
[GJ저널 망치] 다정다감: 다문화 가족의 정상화, 다양한 문화의 감동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라는 표현은 오늘날 시의성을 잃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족’의 형태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김종식 화순군 가족센터장을 본지 인터뷰석에 초대해 다문화 가정이든 비(非)다문화 가정이든 모든 가족을 포용하고 지원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인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한다. <편집자 주>

▲ 다문화 가족은 긍정적인 희망이자 선물

저는 다문화 가족을 생각하면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토끼는 원래 산에서 잘 뛰게 되어 있고, 거북이는 물에서 잘 헤엄치게 되어 있지요. 그런데 땅을 경기장으로 삼았다면 거북이에게 불리한 조건을 감안한 핸디캡을 주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이것이 공정이고, 복지라고 할 수 있지요. 다문화 가족은 바다에서 이 땅으로 온 거북이와 같습니다. 그들을 위해 지원하는 것은 결코 역차별이 아니지요.

직원들의 업무 상황을 확인하며 격려하는 김종식 센터장.

‘역차별’이라는 말이 부쩍 떠오르고 있는 오늘날입니다. 그러나 다문화 가족들은 역차별 대상도, 먼 나라 사람도 아닙니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특히나 어렵고 힘든 일에 지원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막상 이분들이 없으면 안 돌아가는 곳도 너무나 많지요. 어려운 자리에 이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이해와 사랑으로 함께 나아가길 바랍니다. 다문화 가족은 긍정적인 희망이자 우리에게 온 선물과도 같습니다.

이들이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먼저 다가가 옆을 내어주고 언제든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웃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화순군 가족센터’는 다문화 가족과 현지 사회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고자 이 자리에 있습니다.

▲ ‘다문화가족센터’에서 ‘가족센터’로

화순군 가족센터는 다문화 가정을 포함하여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모두 포용하고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저희는 화순군의 모든 가정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상담을 제공하고, 부모와 자녀의 교육 및 취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센터의 센터장으로서 지역사회의 다양성과 통합을 위해 노력하며,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는 취임 이후에도 끊임없는 관심과 열정을 갖고 센터를 운영해왔습니다. 상호 이해와 문화 교류를 촉진하고, 가족들이 자립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또한, 모든 가정과 개인들에게 평등한 기회와 지원을 제공하여 다양성이 풍부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화순군 가족센터는 초기에 ‘다문화 가족 지원센터’로 출발했습니다. 명칭을 ‘화순군 가족센터’로 변경하면서 다문화 가족 뿐만 아니라 비(非)다문화 가족을 위한 사업도 진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김종식 센터장은 다문화 가족이 역차별의 대상이 아닌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 소통의 어려움 해결이 다문화 가족 융합의 최우선 과제

한 가정이 자립하고 지역사회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많은 도움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화순군 역시 결혼정책이나 노동자 유입으로 주변에서 다문화 가족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지요. 이들이 가장 먼저 직면하는 큰 어려움은 바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어에 어려움을 겪으면 센터의 존재조차 접하기 어려우니,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 아무런 교육이나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곧장 일터, 현장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그러나 소통이 되지 않으면 현장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화순군 가족센터에서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결된 뒤에는 직업 훈련을 통해 더욱 수월하게 직업을 구하고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요양보호사, 조리사 자격증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네일아트 수업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언어 장벽과 사회적 적응 문제는 다문화 가정이 지역사회에 녹아들고 자립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됩니다. 하지만 이처럼 한국어 실력과 직업적 자질을 쌓아 올리면 자연스레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새로운 삶에 열정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적절한 지원과 프로그램의 제공으로 다문화 가정이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발전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 자조 모임의 선도적 추진으로 국내 생활의 안정성 향상

가장 소개하고 싶은 사업은 군에서 지원하는 친정방문 사업입니다. 외부 심사위원의 검토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5년, 10년 가까이 고향에 방문하지 못한 분들을 도와 친정에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지요. 외가의 문화와 추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가족애를 더욱 돈독히 하고, 결혼 이민자의 정서적 안정 및 타지에서 느낄 수 있는 소외감을 해소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국가별로 모여 교류하는 ‘자조 모임’ 또한 그렇습니다. 자조 모임의 경우, 도 내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한 사업이었습니다. 동일한 정서와 문화를 지닌 사람들과 모이면 그간 국내 정서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억압해왔던 감정을 해소할 수 있지요. 모이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는, 정말로 흥이 많은 사람들인데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다며 그 흥을 차단하고 억압하면 먼 타국에서 느낄 고립감과 외로움이 더욱 심화되지 않겠어요? 자국의 문화를 만끽하고 나면 또 삶의 원동력이 생기는 법입니다.

이외에도 다문화 가족 2세들을 위해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안정될 때까지 직업 체험 및 진로 상담과 정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자녀 지원 프로그램, 초기 정착을 수월하게 돕기 위한 소비자 교육, 운전 면허 교육, 구강 교육, 선거 참여 교육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직원들을 격려하며 어려움을 공감하는 김종식 센터장.

▲ 점점 다양해지는 가정의 형태, 빠른 변화에는 대응도 빠르게

가정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됩니다. 다문화 가정의 경우 언어 장벽과 사회적 적응을 단계적으로 지원한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결혼 이민으로 한국에 정착한 경우 가족 상담 프로그램으로도 연계를 시키고 있습니다. 부부 교육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연계해 부부 양측 모두의 참여율을 높이고, 부부 관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이처럼 최근에는 가정의 형태 자체가 다양합니다. 각 가정의 형태와 특성에 맞춰 필요한 교육, 체험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맞벌이 가정을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인권 교육, 성평등 교육, 1박 2일 캠프 프로그램을 지원했습니다. 1인 가정, 조손 가족 등에도 원예 체험, 안전 교육 체험, 요리 체험 등을 지원했습니다.

상황이 빠르게 변화되는 만큼 다양성에 대처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은 교훈으로 삼고, 좋은 부분은 더욱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혼 위기에 놓인 부부도 많은데, 이 부분 또한 전문인을 동원해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우리 군에 다문화 팀이 조직된 만큼 서로 공조하여 더 조직적이고 짜임새 있게 다문화 가족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지원도 중요하지만, 국민적 인식 개선도 필요

제도적 차원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인식 개선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인식 개선은 쉽지 않지요. 다문화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한국인도 있겠지만, 비 다문화 가정의 시선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인식 개선을 위해 여러 홍보 사업, 계몽 사업에 임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행복바라지 나눔봉사단’이라는 다문화 가족으로 구성된 자원봉사 활동으로 인식개선에 도움되는 사업도 진행하여 좋은 사례가 되었습니다.

‘행복바라지 나눔봉사단’은 다문화 봉사단이 경로당 등지에 방문해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드리고, 쌀국수 등 이국적인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등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다문화 가족 식구들이 우리와 어울려 산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인식 개선의 효과도 얻는 일석이조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지요.

또 비(非)다문화 가정과 다문화 가정이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교류 소통 프로그램, 엄마들이 가진 재능을 품앗이하는 공동육아 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에 있습니다.

▲ 10년이 지나도 부끄러움 없도록…

가족은 사회의 기본 단위이며, 가족의 안녕과 행복은 사회 전체의 안녕과 행복으로 직결됩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족들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제공하면, 실제로 많은 가정은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어려움에 놓여있던 가족들이 이를 극복하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사례들을 보면서 우리의 역할이 가치 있고, 의미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저는 10년 후에도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화순군의 모든 가족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문제없는 가정은 어디에도 없지만, 문제는 풀기 위해 있는 것이지요. 가정이 행복하면 모든 게 만사형통이라고 하니, 저와 화순군 가족센터가 최선을 다해 성실히 돕고 싶습니다. 비리 없이, 부끄러움 없이, 성실히 도와 하나의 밀알이라도 될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김종식 센터장은 겸허히 웃으며, 부끄러움 없이 화순군의 모든 가족이 행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지난 2024년 3월 취재한 기사임을 알려드립니다.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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