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순 명창, 예술의 고장 화순, 소리의 맥 이어가며 삶의 기쁨 찾을 수 있길
검색 입력폼
인터뷰

김향순 명창, 예술의 고장 화순, 소리의 맥 이어가며 삶의 기쁨 찾을 수 있길

50여 년 걸어온 소리꾼의 길, 꿈을 향한 당찬 의지 있었기에 가능
대통령상부터 무형문화재 지정까지 큰 영광 누려
스승 성창순 명창에게서 예술인으로서의 자존심과 품위 배워

[GJ저널 망치] 김향순 판소리 명창은 화순 동면 출신으로 1999년 국악대전에서 최연소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2019년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로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다. 김향순 명창을 GJ저널 인터뷰석에 초대해 50여 년 걸어온 소리꾼으로서의 치열한 삶에 대한 이야기, 정년 퇴임 후 이웃과 함께 나누며 봉사하고자 마음먹은 이유, 소리의 맥을 잇는 제자 양성에 나머지 삶을 오롯이 바치고자 하는 뜻을 들었다. <편집자 주>


▲ 50여 년 걸어온 소리꾼의 길, 꿈을 향한 당찬 의지 있었기에 가능

14살에 판소리에 입문한 후 51년 동안 소리꾼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어릴 적부터 노래에 재능이 있어 소풍 갔을 때나 평상시에도 선생님과 아이들 앞에서 ‘새타령’, ‘꽃타령’ 등을 부를 기회가 많았고 칭찬도 많이 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소리꾼의 길을 가야겠다는 꿈을 꿨습니다.

그 당시에는 판소리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았고, 집안에서도 힘든 길이라며 만류했습니다만 국악계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당찬 꿈을 품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판소리를 배우기 위해 시골 동면에서 광주까지 머나먼 거리를 몇 시간씩 버스를 타고 비포장 길을 오가면서도 힘든 줄을 몰랐습니다.


▲ 어려움 양분 삼아 단단하게 성장, 대통령상부터 무형문화재 지정까지 큰 영광

꿈을 이루기까지 많은 어려움과 억울함을 겪었지만, 이런 경험들이 오히려 성장의 양분이 되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전국에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전주대사습에서 대통령상을 받겠다는 목표로 4번이나 출전했지만, 동편제가 중심이었던 전주 대회에서 서편제를 계승한 저는 번번이 2등에 머물렀습니다.

저의 스승님이셨던 성창순 선생님께서는 왜 전주대사습만 고집하느냐며 광주 대회에 저 몰래 접수까지 하시며 출전할 것을 권하셨습니다. 마음을 비운 가운데 긴장 없이 소리를 하다 보니 오히려 소리가 잘 나왔고, 대통령상이라는 큰 수상을 하게 됐습니다. 대통령상을 받은 뒤에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강산제 ‘심청가’로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게 됐습니다. 소리꾼으로서의 영광을 다 얻게 된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 스승 성창순 명창에게서 예술인으로서의 자존심과 품위 배워

성창순 선생님은 강단 있고, 자긍심이 매우 높은 분이셨습니다. 예술의 가치를 지키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모습을 평생 보여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무 곳에서나 공연하지 말라’ 하시며, 예술을 항상 가치 있게 대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수업하실 때도 늘 옷을 제대로 갖춰 입으셨습니다. 제자들에게도 예술인으로서의 자존심과 품위를 지킬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성창순 스승님에게 저는 ‘선생님의 소리를 온전히 따라 할 수는 없지만, 선생님의 인품과 자존심, 자기 관리에 대한 태도만큼은 꼭 본받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금까지 선생님처럼 항상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훌륭하신 스승의 제자로서 앞으로도 항상 선생님의 가르침을 머릿속에 새기며 따라 살고자 합니다.

개관을 앞두고 공사 중인 김향순 명창의 판소리 전수관.

▲ 돈보다 값진 인재 양성, 무료로 배울 수 있도록 전수관 문 활짝 열어놔

대통령상 수상, 무형문화재 지정이라는 큰 꿈을 이룬 뒤, 저는 제가 가진 것을 나누고, 봉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판소리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배울 수 있도록 판소리전수관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습니다. 인재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돈보다도 값진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저의 제자들이 판소리계에서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갈 명창으로 성장할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본격적으로 제자 양성에 힘쓰기 위해 새로 전수관을 마련했고, 개관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소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찾아와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판소리의 매력을 느끼며 함께 성장하길 소망합니다.


▲ 예술의 고장 화순, 소리의 맥 이어가며 삶의 기쁨 찾을 수 있길

요즘은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소리를 배우러 오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향인 화순이 우리 국악의 고장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화순에 사는 분들이 소리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누구나 한 대목씩이라도 부를 수 있도록, 나아가 화순군 전체가 우리 국악을 즐기고 사랑하는 예술의 고장으로 발전하길 꿈꿉니다.

앞으로도 좋은 소리꾼을 양성하고 모두에게 행복을 나누는 일을 사명으로 여기고 싶습니다. 청소년들이 우리 소리를 제대로 전수받아 큰 소리꾼으로 성장하고, 미래에 소리의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취미로 배우는 분들도 국악을 통해 삶의 기쁨을 찾고, 어렵고 힘든 삶 속에서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김향순 명창이 공개 공연과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