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화순 사회적기업 ‘특혜’ 논란, 법이 정한 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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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팩트체크] 화순 사회적기업 ‘특혜’ 논란, 법이 정한 의무였다

‘특혜’ 아닌 법률이 규정한 ‘우선구매’ 제도
정부평가에 묶인 지자체, 우선구매는 ‘의무’
롤러코스터 예산, 사회적경제의 생존 위기
근거 없는 의혹 제기, 사회적기업 지역경제 생태계를 흔든다


최근 한 언론 보도로 촉발된 화순군 A 사회적기업의 ‘특혜’ 논란이 지역 사회를 흔들고 있다. A기업이 관공서와 다수의 거래를 했다는 점만을 부각시켜 ‘일감 몰아주기’라는 자극적인 프레임이 씌워졌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가 합의한 법률과 제도의 복잡한 작동 원리가 존재한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기업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공공의 자원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사회적경제’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피상적인 의혹 제기는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지역 공동체 내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만을 증폭시킬 위험이 크다.

이에 GJ저널 망치는 논란의 쟁점을 법과 제도의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해부하여, 프레임에 가려진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특혜’가 아니라 ‘의도된 정책’이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인 ‘관공서 일감 몰아주기’라는 주장은,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법률의 취지를 간과한 데서 비롯된다. 관공서의 구매 행위는 시혜나 특혜가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의도된 정책 집행의 결과물이다.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12조는 공공기관이 사회적기업 제품의 우선 구매를 ‘촉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일반 영리기업과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사회적기업의 판로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취약계층 고용, 사회 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제도는 시장의 효율성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사회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일종의 ‘정책적 개입’이다. 특히 A기업의 경우,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우선구매 대상이기도 하다.

화순군청 담당자 입장에서 A기업 제품 구매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사회적기업이자 여성기업인 A기업은 여러 법률이 요구하는 정책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방송의 반박 기사에서 이를 ‘일타쌍피’라고 표현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A기업의 관공서 매출은 ‘특혜’나 ‘유착’의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사회가 법률을 통해 합의한 사회적 가치를 행정이 성실하게 이행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법적, 제도적 배경을 생략한 채 매출액수만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다.

지자체를 움직이는 힘, ‘정부합동평가’

그렇다면 지자체는 왜 법률에 명시된 ‘우선구매’를 이토록 충실히 이행하는 것일까? 그 답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인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에 있다. 이 평가는 단순한 성적표를 넘어, 지자체의 예산과 직결될 수 있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이 평가(지자체 성과를 측정하는 정부합동평가)의 지표에는 여성기업제품 구매 실적 등이 명확하게 포함되어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보내는 분명한 신호다. 즉, ‘우선구매 제도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당신들의 책임 과제’임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이 평가 지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특정 기업의 영업 전화가 원인이 아니라, 상위 기관의 평가라는 구조적 압력이 핵심이다.

따라서 모 인터넷매체가 제기한 ‘지속적인 전화로 인한 공무원들의 고통 호소’ 주장은 인과관계가 뒤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들이 계약을 결정하는 핵심 동인은 한 기업의 영업 활동이 아니라, 정부합동평가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요구일 것이다. 이 구조적 요인을 무시하고 모든 원인을 기업의 ‘압박 영업’으로 돌리는 것은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주장이다.

롤러코스터 예산, 사회적경제의 생존 위기

이번 논란을 사회적경제 생태계 전체의 맥락으로 확장하면, 이들이 결코 온실 속 화초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사회적기업들은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생존 자체가 흔들리는 불안정한 현실에 놓여있다. 불과 얼마 전, 이전 정부에서 사회적기업 및 협동조합 관련 예산이 60% 이상 대폭 삭감되며 생태계 전체가 존폐의 위기에 내몰렸던 것이 그 방증이다.

이처럼 직접 지원 예산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공공 우선구매 제도는 이들에게 단순한 판로 지원을 넘어 최소한의 생존을 담보하는 중요한 안전망 역할을 한다. 하루아침에 예산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공공기관과의 계약은 예측 가능한 수입을 통해 취약계층 고용을 유지하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현 정부 들어 삭감됐던 예산이 284억 원에서 1,180억 원으로 4배 이상 증액되며 한숨 돌리게 되었지만,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역설적으로 사회적경제가 얼마나 정치적, 정책적 환경에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공공기관과의 계약 실적만을 문제 삼는 것은, 폭풍우 속에서 간신히 붙잡은 밧줄을 ‘특혜’라고 비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론: 오해는 걷어내고, 성숙한 공론장으로

결론적으로, 화순 A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특혜 논란은 핵심적인 법적, 제도적 배경을 간과한 성급하고 피상적인 의혹 제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언론의 감시 기능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칼날은 정확한 사실과 깊이 있는 분석 위에서 휘둘러져야 한다.

이번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 지역 사회는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를 경계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성숙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군청은 우선구매 제도의 현황과 성과를 군민들에게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적기업들 역시 자신들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역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나가야 할 것이다.

언론의 진정한 역할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설명하여 건전한 공론장을 형성하는 데 있다. 이번 논란이 우리 지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선호성 기자 gjm20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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