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사회와 공동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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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 사회와 공동체 사회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품자주자시민들 공동대표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품자주자시민들 공동대표
[GJ저널 망치] 우리 민족은 홍익인간(弘益人間) 즉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이념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조화로운 공존과 상생의 역사를 이어왔다. 그런데 근대에 들어 서구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자본주의와 극단적 개인주의로 인해 극심한 갈등과 분열의 ‘제로섬(Zero-Sum)’ 사회가 돼버렸다.

이제 인류와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의 강고한 제로섬 체제로 인해 불신과 갈등, 혐오와 배제가 만연해 포화 상태이다. 제로섬 사회는 누군가의 이익은 누군가의 손해를, 누군가의 승리는 누군가의 패배를, 누군가의 성공은 누군가의 실패를 전제하고 있다. 지구촌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가진 인류는 나의 이익과 승리와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하고 있다. 이 무한경쟁은 누군가를 손해, 패배, 실패하게 해 모든 개인을 개별화하고 고립시키며 공동체를 파편화해 붕괴시킨다. 1945년 발표한 영국 작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동물농장』(Animal Farm)이 이를 잘 보여준다.

『동물농장』이라는 소설에서는 우선 권력의 제로섬을 보여준다. 농장 주인인 인간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물들이 혁명을 일으킨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시작하지만 끝내 권력과 식량을 돼지들이 다 차지하고 만다. 소수의 돼지들이 권력과 식량을 독점하니 다른 동물들은 나머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제로섬 상태에서 동물농장공동체는 소수의 승자인 돼지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또 돼지들은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공포를 조장하고 거짓 정보를 퍼뜨려 다른 동물들끼리 서로 의심하며 침묵하거나 복종하도록 한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동물을 의심하거나 이간질해 상호 불신을 조장하고 동물농장공동체를 분열, 붕괴하도록 한다.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다른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제로섬 사회의 모습이다.

나아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이념이 점점 돼지에게 유리하도록 수정돼 다른 동물들에게 불리(손해)하게 만들어 간다. 다른 동물들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불리(손해)가 일상화 되고 책임까지 떠안게 된다. 말하자면 동물농장은 인간농장 때와 마찬가지로 소수의 돼지 승자와 다수의 동물 패자로 갈라져 동물농장공동체를 붕괴시키고 만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공동체에 대한 열망은 불평등과 착취로 인해 불행한 개인들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남는 것은 소수 승자인 돼지의 권력과 자원의 독점으로 인한 불평등과 다수 패자 동물들의 경쟁으로 인한 공포와 무관심으로 공동체의 연대가 무너지는 제로섬 사회의 폐단뿐이다.

이 폐단은 공동체 사회로의 전환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개별화·파편화한 제로섬 사회는 결국 경쟁과 갈등, 불평등의 심화로 붕괴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로 의존하는 관계로 연결된 공동체 사회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 이익을 상호 공유하고 확장해 가며 약자를 보호한다. 그러면 사회가 안정되고 각자의 존엄이 보장될 것이며, 풍요가 지속 가능해 질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공동체 사회가 제로섬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해 준다.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은 북한의 사주를 받은 간첩이 돼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그런데 광주시민들은 경쟁적으로 각자의 효율과 이익을 앞세우기보다는 바보처럼 자신과 무관한 시체를 수습하고 이름을 기록하며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며 책임지려는 연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목숨을 위협하는 국가 폭력 앞에서도 공동체에 대한 연대와 배려와 존중은 인간 존재의 존엄을 실감 나게 한다. 뿐만 아니라 5·18 이후 살아남은 광주시민들은 도청 안에서 예견된 죽음을 피하지 않은 젊은이들의 고통과 양심과 죽음을 기억하며 용감하게 증언하고 먼저 죽은 이들과 연대함으로 과거와 현재가, 산자가 죽은 자가 공동체를 이룬다.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죽음이라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 광주공동체의 가치와 윤리는 타인의 죽은 몸도 소중하게 다루어 존엄을 지키며, 오롯이 사람으로 존중함으로 연대해 공동체를 이루고 지키는 것이다.

모두를 패배, 공멸로 이끄는 제로섬 사회를 넘어 서로를 향해 연결돼 있음을 확인하며 홍익인간의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 널리 배려, 신뢰의 손길로 사람을 존중할 때,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한 무한 가능성의 신세계가 될 것이다.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품자주자시민들 공동대표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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