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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전 신문에 실린 화순의 묘지 분쟁 “관청의 판결을 집행해 달라”

정태동 공예작가, 1906년 『대한매일신보』 게재 고백문 제보
부친 묘 침범당한 이기만, 신문을 통해 억울함과 법 집행 호소

김지유 기자 gjm2005@daum.net
2026년 08월 26일(수) 17:57
[GJ저널 망치]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화순에서 벌어진 묘지 분쟁이 당시 전국적으로 발행되던 신문 지면에 실린 사실이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화순의 공예작가 정태동 씨가 제보한 자료는 1906년(광무 10년) 5월 1일 자 『대한매일신보』 국한문판에 게재된 글이다.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에도 같은 날짜와 지면에 ‘무변불유(無變不有)’라는 제목의 기사가 수록된 사실이 확인된다.

‘무변불유’는 제보 자료에서 ‘세상에 별별 기괴한 일이 다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글 왼쪽에는 ‘진잠 이기만 고백(鎭岑 李基晩 告白)’이라는 서명이 남아 있다. 일반적인 취재 기사라기보다 당사자인 이기만이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신문 지면에 낸 고백문 또는 광고 형식의 글로 보인다.

제보 자료의 해독문에 따르면 사건은 이기만의 부친 묘가 있던 화순군의 한 산에서 시작됐다.
남평 출신으로 기록된 이장우의 묘가 화순군 찰동의 재실 뒤편 산에 있었는데, 주병항이라는 인물이 그 묘 가까이에 자신의 조상 묘를 쓰면서 분쟁이 벌어졌다는 내용이다. 이기만은 상대 측이 기존 묘역을 침범해 무덤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새로 조성된 묘와 부친 묘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다는 대목도 등장한다. 당시 사회에서 조상의 묘와 묘역을 지키는 일이 집안의 명예와 직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단순한 토지 다툼을 넘어 가문의 존엄과 권리를 둘러싼 중대한 분쟁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기만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순과 능주 지역의 관청에 여러 차례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보문에는 관할 관청이 상대 측의 묘를 파내 이장하라는 취지의 처분을 내렸다는 해석도 담겼다.

그러나 이기만의 주장에 따르면 관청의 명령은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 상대 측은 묘를 옮기지 않은 채 버텼고, 이기만은 결국 자신의 억울함과 관청 처분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신문 지면을 찾았다.

관청에 낸 소장이나 탄원서에 머무르지 않고 신문을 통해 사건을 공개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오늘날로 치면 언론 제보나 유료 의견광고를 통해 부당함을 호소하고 여론의 관심을 요청한 셈이다.

짧은 고백문에는 대한제국 말기 지역사회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묘지를 둘러싼 주민 간 갈등과 관청의 판결, 집행되지 않은 행정명령, 그리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언론을 선택한 한 백성의 절박함까지 엿볼 수 있다.

또한 화순에서 일어난 민간의 분쟁이 서울에서 발행된 신문에 실렸다는 사실은 당시에도 지역 주민들이 신문을 적극적인 권리구제 수단으로 활용했음을 보여준다.

오래된 신문 한 귀퉁이에 실린 개인의 호소가 120년의 세월을 건너 오늘날 화순의 생활사와 언론사를 전하는 기록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이번 자료는 정태동 공예작가가 소장·확인한 고신문 자료를 화순저널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빛바랜 지면 속 고백문은 단순한 묘지 분쟁 기록을 넘어, 법의 집행을 요구하고 세상에 억울함을 알리고자 했던 당시 민초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한편 첨부 해설문에는 서명 지역이 ‘진평’으로 적혀 있으나 원문 한자는 ‘진잠(鎭岑)’으로 판독된다. 이장우의 정확한 한자명과 화순군 내 세부 지명, 관청 처분의 구체적인 내용은 원문에 대한 추가적인 전문 판독이 필요하다. 원 자료는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에서 발행일과 지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김지유 기자 gjm20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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