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논술형 100% 평가’ 내년부터…농촌학교 부담 커지나 2027년 초5·6·중1 일부부터 단계적 도입 선호성 기자 gjm2005@daum.net |
| 2026년 07월 10일(금) 14:09 |
![]() |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이 2027학년도부터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 일부를 대상으로 ‘서·논술형 100% 평가’ 단계 도입을 추진하면서, 농촌지역 학교 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논술형 평가는 문해력과 사고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제시됐지만, 교원단체와 시민단체는 충분한 공론화 없이 ‘100% 전환’ 방침이 먼저 제시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문항 개발과 채점, 피드백, 이의신청 대응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소규모 학교가 많은 농촌지역에서는 정책 실행 여건이 더 민감한 쟁점이 될 수 있다.
객관식 없애고 서·논술형 100%로
K-교육특별시 준비위원회는 지난 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의 핵심 교육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서·논술형 평가 전면 시행 방침을 밝혔다. 준비위는 올해 지침 예고와 교원 연수를 시작으로, 2027학년도부터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특정 과목, 일부 지역·학교에 서·논술형 평가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이후 현장 수용성을 점검하면서 2032년까지 초·중·고 전반에 서·논술형 평가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변화의 폭은 작지 않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도 수행평가나 정기시험에서 서술형 평가는 일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평가는 객관식과 서답형, 수행평가 등을 교과 특성과 학교별 평가계획에 따라 병행하는 구조다. 이번 정책은 기존 평가 안에서 일부 활용되던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는 수준을 넘어, 객관식 평가를 없애고 서·논술형 평가를 100%로 전환하겠다는 점에서 평가체계 전반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교육청 “평가 바뀌어야 수업 바뀐다”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은 인공지능 시대에는 암기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사고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문해력 강화를 평가체계 개편의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준비위도 “평가가 바뀌어야 수업이 바뀌고, 수업이 바뀌어야 교육과정이 살아난다”며 평가 방식 전환을 수업 혁신의 출발점으로 설명했다.
교육청은 채점 공정성 문제에 대한 보완책도 제시하고 있다. 손글씨 답안을 OCR로 변환하고, 채점 지원과 맞춤형 피드백, 결과 분석을 제공하는 ‘전남광주형 AI 평가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AI는 교사를 돕는 보조 도구로 활용하고, 최종 판단은 교사의 전문성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은 또 문항 개발과 예시문항 보급, 채점 기준 마련, 평가 민원 대응 등을 교육지원청과 신설 예정인 교육과정개발평가원이 공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도 제시했다. 교육과정개발평가원은 교육과정, 수업, 평가, 대입진학 업무를 일원화해 지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준비위는 2026년 9월 설립추진단을 구성하고 2027년 3월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장 “협의 없이 결론부터 던져졌다”
그러나 교원단체와 시민단체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100% 전환’이라는 방식과 추진 속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반발의 초점은 서·논술형 평가 확대 자체보다, 충분한 준비와 사회적 논의 없이 특정 평가 방식을 전면 적용하려는 데 맞춰져 있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현장 의견 수렴 부족을 문제 삼았다. 이 단체는 “중요한 정책일수록 현장 의견 수렴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서·논술형 평가 전면 도입은 단 한 번의 협의 없이 결론부터 던져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제의 타당성, 채점의 공정성, 성적 처리와 이의 제기 과정에서 논란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교조 전남지부 초등위원회도 문해력 저하의 원인을 평가 방식에서 찾고, 이를 ‘서·논술형 100%’라는 획일적 처방으로 해결하려는 정책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교조 전남지부 중등위원회는 문해력은 시험 제도를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며, 수업의 질적 혁신 없이 평가 방식만 바꾸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거꾸로 세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교사 부담·사교육 확대도 쟁점
교사 부담도 핵심 쟁점이다. 서·논술형 평가는 객관식 평가보다 문항 개발, 채점 기준 마련, 공동채점, 피드백, 이의신청 처리에 더 많은 시간과 책임을 요구한다. 특히 중학교 평가는 고교 진학과도 연결될 수 있어 채점 공정성과 신뢰성을 둘러싼 민원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백성동 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은 “현장 교사들과의 논의 없이 평가 전반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논술형 평가를 100%로 한다는 것은 자칫 글쓰기 능력 자체로 학생의 수준을 판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실제 학교에서는 채점 기준 마련과 평가 운영, 민원 대응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교육 확대 가능성도 논란이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2일 성명을 내고 전남광주교육청의 서·논술형 100% 평가 도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학생들의 문해력과 사고력 신장이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준비와 사회적 합의 없이 특정 평가 방식을 전면 도입하면 학교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최근 발표된 ‘2025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들어 전체 사교육비가 감소한 반면 고등학교 논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약 39%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서·논술형 평가가 입시와 결합될 경우 논술 사교육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서·논술형 평가가 반복적인 실패 경험으로 이어져 교육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농촌학교, 왜 더 민감한가
농촌 소규모 학교가 많은 지역에서는 이 같은 평가 방식 전환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교원 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문항 개발과 채점, 피드백, 이의신청 대응 업무가 특정 교사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있고, 도시권에 비해 논술형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농촌 학생들에게는 학습격차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이 AI 평가지원 시스템과 교육과정개발평가원 설립을 보완책으로 제시했지만, 이 같은 지원체계가 실제 학교 현장에서 교사 부담과 평가 민원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서·논술형 평가는 평가 취지와 별개로 채점 기준의 일관성, 학생·학부모 이의신청, 학교별 운영 여건에 따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의 쟁점은 서·논술형 평가 확대 자체보다 ‘100% 전환’을 추진하는 방식과 속도에 있다. 농촌지역 학교의 평가 운영 부담과 학생 간 학습격차 문제는 향후 정책 안착 과정에서 주요 검증 과제로 남게 됐다.
선호성 기자 gjm2005@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