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칼럼]반도체 물길 연다지만, 또 화순만 잠기는가! 정부, 동복댐 증고로 하루 65만 톤 공급 추진 김지유 GJ저널망치 대표 gjm2005@daum.net |
| 2026년 07월 03일(금) 1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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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산업단지 용수 공급 계획 발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6월 30일 동복댐 현장에서 가용 수자원 중 동복댐 30만 톤, 주암댐 및 장흥댐 여유량 15만 톤, 보성강댐 10만 톤과 나주댐 10만 톤으로 일일 65만 톤의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동복댐은 현재 확보된 여유 수량 8만 8천 톤 중 5만 톤을 우선 활용하고, 향후 댐 높이를 높이는 증고 사업을 통해 25만 톤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광주·전남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규모 반도체 기업 투자가 현실화될 경우 안정적인 물 공급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 “반도체는 좋지만, 부담은 왜 화순 몫인가”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양의 초순수(불순물을 거의 제거한 물)를 사용한다. 특히 반도체 생산공장인 '팹(Fab·Fabrication Plant)'은 웨이퍼 세척과 회로 공정 과정에서 대량의 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화순 지역민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미래산업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 투자가 현실화 된다면 광주·전남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반도체 산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다른 지역이 누리는데, 정작 물을 내주고 수몰 위험과 각종 규제를 감당해야 하는 곳은 또 화순이냐는 것이다.
특히 동복댐 주변 주민들 사이에서는 “필요하면 물은 가져다 쓰면서 정작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 화순군, 댐 증고 논의에 “주민 의견도, 군 의견도 없었다”
화순군 상하수도사업소 이현석 소장은 정부 발표 과정에 대한 절차적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이현석 소장은 “환경부가 일방적으로 증고를 추진하는 데 찬성할 수 없다”며 “화순군에서는 단 한 명도 관련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고, 댐 상류 지역 주민들도 배제됐다”며 "그래서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통합특별시장, 지역 국회의원, 영산강유역환경청 등에서 동복댐을 방문했을 때 화순군수 등 관계자들이 불참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복댐을 15m 높일 경우 이서면의 명물 은행나무까지 물에 잠길 정도이며, 백아면과 이서면 일대가 추가 수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동복댐은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저수구역이 확대되면서 실향민이 발생했는데 또다시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 “댐 건설과 다를 바 없는 사업, 다른 물길부터 찾아야 한다”
전남댐연합회 김광진 회장은 정부의 동복댐 증고 계획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광진 회장은 “동복댐 주민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브리핑이었다”며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댐 건설급 사업을 3년 안에 추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동복댐이 1970년 360만 톤 규모에서 1985년 약 1억 톤 규모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대규모 수몰 피해가 발생했고, 2020년에는 수문 부재로 동복·사평 일대가 큰 홍수를 겪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주민들은 이미 여러 차례 희생을 감내해 왔다”고 전했다.
대안도 제시했다. 장성댐과 담양댐 등 수질이 양호한 농업용수댐을 다목적댐으로 전환하고, 전남권 댐 수계를 연계해 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호남권 반도체 산업 유치는 환영하지만, 댐 건설과 다를 바 없는 대규모 증고 사업은 고향을 수몰시키고 인구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정말 필요하다면 주민 설득과 화순군 요구사항 반영을 전제로 5m 수준의 증고 정도는 논의할 수 있지만, 15m 증고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 화순적벽 훼손 우려도 제기
환경·문화유산 훼손 가능성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광진 회장은 “화순적벽은 유네스코 무등산권 세계지질공원과 연결된 중요한 자연유산”이라며 “15m 증고가 현실화될 경우 적벽 경관 훼손은 물론 문화재 관련 승인 절차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규모 증고 사업이 추진될 경우 문화유산 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적벽 보전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 “화순도 정당한 대가와 발전 전략 요구해야”
지역민 K씨는 화순군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K씨는 “나주와 함평, 무안 등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단지 유치와 지역 현안 반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화순은 반도체 산업의 생명줄인 물을 공급하는 핵심 지역임에도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과거처럼 보상금 몇백억 원을 받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며 “화순 역시 산업단지 유치나 연관 기업 유치 등 실질적인 발전 대책과 지역 환원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 “농업용수 빼앗는 방식 아니다”
정부는 주민 우려에 대해 기존 댐 여유량과 발전용수 전환, 하수 재이용수 활용 등을 통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정책브리핑에서 동복댐 증고가 신규 댐 건설보다 불확실성이 낮고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경우 5년 이내 추진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계획이 농업용수를 산업용수로 전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수자원의 여유량과 재이용 가능한 수원을 최대한 활용해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용수 확보가 필수적인 국가 전략산업인 만큼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하며, 향후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구체적인 용수 수요와 공급 방안도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 핵심 쟁점은 물이 아니라 ‘절차’
그러나 현재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물의 양이 아니다.
정부는 하루 65만 톤이라는 공급 목표를 제시했지만 실제 반도체 공장의 규모와 단계별 증설 계획, 초순수 수요 전망, 장기적인 물 수급 시나리오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댐 상류 주민들에게는 수몰 가능성, 재산권 제한, 문화유산 훼손, 지역 공동체 해체와 인구 감소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 국가 미래산업과 주민 동의는 함께 가야
국가 전략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역 주민에게 또다시 물과 땅, 삶의 터전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이지만, 그 미래가 특정 지역 주민의 침묵과 희생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된다.
정부와 광주·전남 통합 추진 주체는 이제 단순한 물 공급 계획 발표를 넘어 주민 설명회와 수몰 영향 시뮬레이션 공개, 대체 수원 검토, 문화유산 영향평가 등 구체적인 검증 절차를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화순군 역시 지역민의 재산권과 생활권 보호는 물론, 국가 전략산업 추진 과정에서 화순이 얻을 수 있는 발전 대책과 상생 방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으로 향하는 물길은 열어야 한다. 그러나 그 물길이 또다시 주민의 동의 없이 또다시 화순의 마을과 주민의 삶을 일방적으로 덮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국민주권은 선거 때만 유효한 원칙이 아니다. 국책사업 역시 주민을 일방적 통보의 대상이 아닌 결정 과정의 주체로 인정할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동복댐 증고가 불가피하다면 최소 수몰 원칙과 함께 충분한 정보 공개, 주민 참여,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
김지유
GJ저널망치 대표
주식회사 하다 대표
문화공간 나무와숲 대표(화순야학 대표)
민주평통 화순군협의회 자문위원
김지유 GJ저널망치 대표 gjm2005@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