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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삼호 또 중대재해 ‘안전이 브랜드’ 무색

접안작업 중 스토퍼 파단
계류로프 맞은 노동자 숨져
올해 2월 질식사 이어 또 사고
안전선포 6개월 만에 도마

선호성 기자 gjm2005@daum.net
2026년 06월 26일(금) 14:15

HD현대삼호 영암조선소에서 선박 접안 작업 중 40대 노동자가 계류로프에 맞아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HD현대가 ‘안전이 브랜드가 되는 회사’를 내세운 지 6개월여 만에 고위험 작업 현장에서 또 노동자가 목숨을 잃으면서, 안전관리 체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관련 자료와 보도를 종합하면 사고는 지난 22일 오전 11시 25분께 영암군 삼호읍 HD현대삼호 1돌핀안벽 B선석에서 발생했다. 당시 8313호선 선수부를 안벽에 접안시키는 과정에서 선박이 움직였고, 무링로프를 잡고 있던 보조로프인 스토퍼가 파단됐다. 이 과정에서 장력이 걸려 있던 메인 무링로프가 풀리며 작업 중이던 노동자의 얼굴을 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머리와 안면부에 큰 출혈을 입고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같은 날 오후 8시께 숨졌다.


고위험 계류작업, 통제 여부가 쟁점

계류작업은 선박을 안벽에 고정하는 필수 공정이다. 그러나 장력이 걸린 로프가 끊어지거나 이탈할 경우 강한 반동이 발생해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대표적 고위험 작업이기도 하다. 이번 사고 역시 단순한 ‘밧줄 사고’로만 볼 수 없다. 스토퍼가 왜 파단됐는지, 메인 무링로프가 풀린 경위는 무엇인지, 작업자가 위험구역에 위치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가 핵심 조사 대상이다.

HD현대삼호는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에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보고하고, 계류로프를 사용하는 작업 전체를 중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도 보존 조치했으며, 전사 안전특보와 특별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후 작업중지와 안전교육만으로 사고 당시 고위험 작업 통제가 적정했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계류작업 전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로프와 스토퍼의 점검·교체 기준이 지켜졌는지, 작업자 접근금지구역과 신호체계가 현장에서 작동했는지 등이 함께 확인돼야 한다.


반복된 죽음, 안전경영 시험대

이번 사고는 HD현대그룹이 안전경영을 대외적으로 강조해 온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무겁다. HD현대는 지난해 말 안전선포식을 열고 ‘안전이 브랜드가 되는 회사’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조선 부문에는 2030년까지 약 3조 5천억 원 규모의 안전 예산을 투입해 안전시스템 구축과 안전시설·설비 확충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선포 6개월여 만에 영암조선소에서 노동자가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그룹 차원의 안전 구호와 투자가 현장 고위험 작업 통제로 이어지고 있는지 점검이 불가피해졌다.

반복되는 사망사고도 문제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에는 영암 대불산단 내 HD현대삼호 칸플랜트에서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2025년 5월에는 HD현대삼호 하청업체 명인기업 소속 하청노동자가 선박 블록에서 서포트 취부작업을 위해 이동하다 개구부, 즉 맨홀에서 2.5m 아래로 떨어져 치료 중 숨졌다. 2024년 5월에는 HD현대삼호 사업장 내 돌핀안벽에 정박한 선박 하부에서 따개비 제거작업을 하던 20대 하청노동자가 수중에서 의식을 잃고 숨진 사고도 있었다.

질식, 추락, 익사, 가격까지 사고 유형은 달랐다. 그러나 노동자가 숨졌고, 사고가 난 곳은 모두 조선업의 고위험 공정이었다는 점은 같다.

이 문제는 HD현대삼호 한 사업장만의 문제로도 보기 어렵다. 노동단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4개월 동안 대불산단에서 확인된 산재 사망사고만 12건에 이른다고 집계한 바 있다. 이주노동자 연쇄 사망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의 불시점검과 노동·시민사회단체의 고발까지 이어졌지만, 석 달여 만에 다시 대형 조선소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2025 한국 조선업 인권 보고서」도 조선업 중대재해의 배경으로 형식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 다단계 하도급 구조, 위험의 외주화 등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2024년 조선소 사고 사망자 21명 중 18명이 비정규직 노동자였다고 분석했다.

고용노동부와 목포해양경찰서는 정확한 사고 경위와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동계가 요구해 온 민관합동 ‘대불산단 중대재해 특별대책기구’ 구성 논의도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반복되는 사고가 개별 사업장의 사후교육과 일회성 점검만으로 막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선호성 기자 gjm200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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