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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문융합] 악어를 다시 보자

음식 씹을 수 없어 작은 돌 함께 삼키는 악어, 산업 현장의 기술과 같아
문정기 공학박사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2026년 04월 09일(목) 14:19
악어는 작은 돌을 삼켜 위 속의 음식물을 분쇄한다. 자연이 준 기술이다. /Thilina Abhayarathne
[GJ저널 망치] 물 위와 물 아래, 두 세계를 동시에 걸치고 있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악어입니다.

수면 위로는 거친 비늘과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나 위협적이지만, 물속에서는 고요하게 떠 있는 그림자처럼 보이지요. 같은 존재임에도, 보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답니다.

우리는 흔히 악어를 ‘무자비한 포식자’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신체 구조와 생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의외의 사실을 만나게 됩니다. 악어는 음식을 씹지 못합니다. 턱은 강하게 닫히는 데에 특화되어 있지만, 좌우로 움직이며 갈아내는 기능은 없지요. 그래서 먹이를 잘게 씹는 대신, 큰 덩어리를 뜯어 통째로 삼킵니다.

그렇다면 단단한 뼈나 껍질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여기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합니다. 악어는 작은 돌을 삼킵니다. 이 돌들은 위 속에서 음식물과 함께 움직이며 마치 연마제처럼 작용합니다. 자연이 만든 ‘내부 분쇄 장치’인 셈이지요.

이 모습은 산업 현장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시멘트 공장에서 사용하는 볼 밀(Ball Mill)입니다. 강철 구슬이 들어 있는 원통이 회전하면서, 내부의 원료를 끊임없이 부딪치게 해 미세한 분말로 분쇄하지요.

저는 대학 시절, 처음으로 시멘트 공장을 견학한 적이 있습니다. 거대한 원통은 낮은 굉음을 내며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 강철 구슬들이 부딪히며 돌과 광물을 잘게 부수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은 단순한 기계의 움직임이 아니라, ‘단단함을 깨뜨리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원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 와 보니, 악어의 위 속에서 벌어지는 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자연과 기술은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듯하지만, 결국 같은 원리를 공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자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방식을 사용해 왔고, 인간은 그것을 발견해 기술로 옮겼지요.

우리는 흔히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자연은 거대한 스승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자연을 모방한 것일까요, 아니면 이미 그 안에 있었던 원리를 뒤늦게 알아본 것일까요?

어쩌면 자연과 기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처음부터 그렇게 나뉘어 있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문정기
공학박사
현 과문융합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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