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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언어상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 품자주자시민들 공동대표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2026년 03월 03일(화) 15:21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 품자주자시민들 공동대표
[GJ저널 망치] 공동체는 구성원들의 유대감, 소속감, 공유하는 가치 등과 함께 사용 언어가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이나 정보 전달 그리고 정서적, 사회적, 문화적 기능을 통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자치공동체였던 전통 사회에서 품앗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언어습관 속에서 노동력을 주고받았으며, 또 향약은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자치 규범으로서 매우 강력한 공동체 언어였다.

그런데 현대 공동체의 언어들은 날카롭고 위태롭다.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 간에 악을 쓰며 거친 말을 함부로 내뱉는다. 또 님비(NIMBY·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Not In My Back Yard’의 줄임말·혐오시설 유치를 거부하는 집단행동), 핌피(PIMFY·‘제발 내 앞마당에 설치해 달라는 ’Please In My Front Yard’의 줄임말)처럼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려는 집단 비방이나 항의의 언어는 얼마나 날카로운가. 그리고 광기 어린 집단에 대해 침묵, 방관하는 무관심의 언어는 얼마나 위태로운가.

무엇보다도 공동체를 위협하는 것은 탐욕에 눈먼 자들의 이기적인 언어들이다. ‘저리 꺼져’, ‘먹든지 말든지’, ‘죽든지 살든지’ 등의 언어 속에서 배제, 소외, 증오, 무관심이 살벌하다. 이 서슬 퍼런 언어들이 장애인과 노약자, 소수자 등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잔인한 언어의 춤판을 벌인다. 탐욕에 눈먼 자들의 이기적인 언어 앞에서 자치와 공동체는 설 자리를 잃고 만다. 더 슬프고 아픈 것은 이런 현실이 날로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와 지체들>이라는 이솝 우화가 있다.

하루는 몸의 지체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배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던 손, 발, 입, 이빨 등은 입을 모아 “우리가 온갖 일을 다 하는데, 저 배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편히 앉아 음식만 받아먹는다. 불공평하다”고 성토했다. 이내 각자 파업하기로 했다. 발은 더 이상 음식을 얻으러 다니지 않기로 했고, 손은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는 일을 멈췄고, 입은 음식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이빨은 음식이 들어오면 절대 씹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게으른 배가 굶주림에 못 이겨 항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났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배가 고픈 것은 물론이고 손과 발이 움직일 수 없도록 점점 힘이 빠지고, 입이 바싹 말라 갔다. 거기에다 눈도 흐릿해졌으며, 다리는 힘을 잃고, 몸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깨닫게 됐다. 겉보기에는 배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사실 배는 지체들이 보내준 음식을 소화해 온몸 구석구석에 영양분과 에너지를 보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을. 지체들이 서둘러 다시 음식을 배에 공급하려 했지만, 몸이 너무 약해져 음식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 결국 온몸의 지체들은 배와 함께 서서히 죽어가게 됐다. (혹은 그 후 몸의 지체들은 다시 본래의 역할을 다하며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

이 우화 속 지체들의 언어는 현대사회 공동체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자기중심적 배제의 언어다. 지체들은 배가 서로 연결돼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른바 언어의 파산을 보여준다. 지체들이 파산의 언어로 배를 굶김으로써 서로 연결돼 있는 손과 발과 입 나아가 다리와 온몸을 죽어가게 만든 것이다. 배를 배척하는 언어가 배뿐만 아니라 온몸을 망치듯, 배척의 언어는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안전과 균형과 조화를 무너뜨리게 된다,

한편 우화는 현대사회의 자치와 공동체의 유지 존속을 위해 바람직한 언어상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괄호 안의 이솝 우화가 시사하듯 몸의 지체들이 다시 본래의 제 역할을 다하면 온몸이 원활하게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뤄 건강한 생명을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다시 본래의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바로 자치의 원리 아닌가. ‘언능 온나!’, ‘밥은 묵었냐?’, ‘어디 아프냐?’ 등 환대와 존중과 배려의 언어가 공동체에 생기를 불어넣게 될 것이다.

자치공동체가 생명력을 가지고 생명 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 연결돼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며 환대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배려와 존중과 환대가 공동체의 언어상으로 굳건하게 자리 잡을 때 생명력을 회복하는 온몸처럼 현대사회 공동체도 활력을 회복하리라 믿는다. 언어는 도구라기보다 우리의 생활 환경이고 또 ‘말이 씨’ 되듯 말하는 대로의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품자주자시민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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