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문융합] 감자가 생각나는 날 문정기 공학박사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
| 2026년 02월 12일(목) 19:04 |
![]() 너무 많은 감자가 생산된 독일의 어느 감자농장./Factify |
감자는 제게 추억의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지리산 자락의 밭, 강원도 평창의 씨감자, 그리고 대전 연구소 시험농장까지 기억이 이어집니다. 한때 저는 ‘식물조직배양 자동화 연구’에서 감자를 다루었습니다. 완전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연구실의 작은 줄기를 바라보며 이상하게도 먼 유럽의 들판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감자는 원래 남아메리카 안데스에서 온 작물입니다. 유럽에 전해졌을 때만 해도 환영받지 못했다지요. 하지만 전쟁과 기근이 이어지던 시절,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저장이 가능했던 감자는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주었습니다. 식량이 안정되자 인구가 늘었고, 그 힘이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공장에서 증기기관이 돌아가기 전, 밭에서는 이미 감자가 사람을 살리고 있었던 셈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늘 요란한 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고요. 땅속에서 묵묵히 자라는 작은 덩이줄기처럼, 조용한 것들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연구실에서 자라던 작은 감자 싹과 할머니 부엌의 찐 감자, 그리고 유럽의 넓은 들판은 서로 전혀 다른 장소이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감자는 말을 하지 않지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어쩌면 역사는 그렇게, 소리 없이 자라는 것들 위에서 조금씩 움직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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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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