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전남 통합 속도전…‘골든타임’ vs ‘졸속’ 엇갈려 정부 인센티브·선거 일정 겹쳐 선호성 기자 gjm2005@daum.net |
| 2026년 01월 05일(월) 2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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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세 번 무산된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2일 행정통합을 공식 선언한 뒤, 양 시도는 5일 추진기획단을 출범시켰다. 2월 말 특별법 국회 통과,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 선출, 7월 1일 통합 지방정부 출범이 목표다.
1995년, 2001년, 2020년대 초반 세 차례 논의가 모두 무산된 사안이다. 이번에는 5개월 안에 매듭짓겠다는 구상인데, 이 속도를 두고 지역 안팎에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사라진다”
서두르는 측의 논리는 명확하다. 두 가지 ‘창(窓)’이 동시에 열려 있다는 것이다.
첫째는 정부 인센티브다. 공동선언문은 통합 시도에 대해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와 조직 특례, 교부세 추가 배분, 공공기관 우선 이전 등을 “정부가 계획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김영록 지사는 “정부가 파격적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있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둘째는 선거 일정이다. 6월 3일 지방선거 전에 통합을 완료하지 못하면, 새로 선출된 단체장과 의회가 들어서면서 합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강기정 시장은 “지방선거 때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면 앞으로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진다”고 말했다.
여기에 ‘제도화 효과’도 깔려 있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적 절차로 고정되어 추진에 관성이 붙는다. 이후 반대 여론이 생기더라도 방향을 바꾸기 쉽지 않다.
신중론 “절차와 공론화가 먼저”
반면 속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정훈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전남·광주 통합은 필요하지만, 준비 없이 당장 시도 통합을 실행하는 데 우려가 있다”며 “도민과 시민을 제쳐놓고 정치인들이 졸속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 시기를 2030년 전후로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형대 전남도의원도 “1월 2일 공동선언은 시·도민의 충분한 논의와 소통 없이 발표됐다”며 “행정통합은 도지사가 아닌 도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으로 얻는 것이 많더라도 민심을 잃으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관호 국민주권교육포럼 대표는 “행정통합은 교육자치와 재정 구조, 주민 참여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교육 현장과 학부모, 학생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에 대한 설명과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속도전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선례도 있다. 대구·경북은 2020년대 초반 통합을 추진했으나 청사 위치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통합추진단이 해체됐다. 일본에서는 오사카부와 오사카시 통합안이 예산 삭감과 복지 축소 우려 속에 2015년과 2020년 두 차례 주민투표에서 부결됐다.
통합 시점, 정치적 입장과 맞물려
통합 시기를 둘러싼 입장 차이는 정치적 위치와도 연결된다.
서두르는 측인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는 현직 광역단체장이다. 통합이 성사되면 “40년 만의 대통합”이라는 성과가 이들의 정치적 유산이 된다. 통합단체장 선거에서도 인지도와 조직력 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중론을 펴는 측의 상황은 다르다. 민형배 의원은 광주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고, 신정훈·주철현 의원은 전남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통합이 되면 광주시장 자리도, 전남지사 자리도 없어지고 하나의 통합단체장 자리만 남는다.
양쪽 모두 “지역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양쪽 모두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들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핵심적인 사안들은 아직 미정이다.
공동선언문에 적힌 “서울에 준하는 지위·특례”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교부세나 국고사업에서 추가로 늘어나는 예산이 얼마인지 확정된 바 없다. 공공기관 “우선 이전” 대상 기관 리스트도 나오지 않았다.
주민 의견 수렴 방식도 정해지지 않았다. 여론조사로 할지, 공청회로 할지, 주민투표를 할지 구체적 방안이 없다. 선언문에는 “시·도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라고만 적혀 있다.
통합청사를 어디에 둘지, 6,500~7,000명에 달하는 양 시도 공무원의 인사·승진·근무지 이동은 어떻게 할지도 정해진 게 없다.
2월 말 특별법 처리와 7월 출범이라는 일정은 선언문에 없는 목표치다. 이 일정이 어긋날 경우의 대안도 알려진 바 없다.
9일 청와대 회동이 분수령
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광주·전남 시도지사, 지역 국회의원들이 만난다. 이 자리에서 어떤 방향이 나오느냐가 향후 논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자는 논리에 공감대가 있다.
쟁점은 속도다. “지금이 기회”라는 주장과 “졸속은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선호성 기자 gjm2005@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