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se of undefined constant aid - assumed 'aid' in /home/gjmnews/public_html/print.php on line 10

Notice: Use of undefined constant aid - assumed 'aid' in /home/gjmnews/public_html/print.php on line 18
GJ저널 망치 기사 프린트
전세 유감

우리나라 전세제도 전세계적으로 유일
국민의 마음 움직이는 좋은 정책 제시되길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2025년 12월 17일(수) 15:01
최영근 키즈라라 대표이사
[GJ저널 망치] 지금 대한민국은 부동산 문제, 그 중에서도 전월세 제도로 뜨겁다. 전세 제도는 일제 강점기 때에 생겨나 무려 100년 가까이 지속돼 온 주택 임대차 제도이다. 이 전세 제도의 또 다른 특징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전세 제도의 탄생 배경에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한다. 믿을 수 없는 생면부지의 세입자를 잘못 들이면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집을 비우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작용한 것이다. 따라서 가능한 많은 보증금을 받아둬야 두 다리를 뻗고 잠을 잘 수 있었으리라.

그 당시에 무슨 금융의 공적 기능이 있었을 리가 만무하고 얼마 전까지도 우리 금융기관의 여신기능은 주로 기업을 상대로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돈이 늘 부족했던 대부분의 국민들은 어떻게 하든지 목돈을 만들어 전세를 얻어놓고 집 걱정 없이 자식들을 키우며 미래를 꿈꾸며 살아왔다.

이런 전세 제도의 역사와 함께 주거 문화의 한 축인 전세 제도이지만, 이젠 전세 제도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4차 산업의 시대정신과 소득 3만 불을 넘어선 지금, 꼭 우리의 주거방식이어야 하는지 따져봐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본다.

전세 제도의 가장 큰 약점은 무엇보다 일시에 큰 목돈을 집주인에게 맡겨둬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결정적 이유도 이 전세자금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남자(아들)의 경우는 집을 장만해야 한다는 전통에 짓눌려 결혼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필자는 복을 타고나 아들만 두 명을 보유하고 있다. 큰아이를 장가보내며 아파트의 기둥을 뽑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머지 한 명을 위해서 또다시 기둥을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되면 나와 집사람은 갑자기 삶의 수준이 급전직하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자식을 결혼시키면서 왜 부모가 빈곤층으로 전락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자식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게 옳으냐 마냐를 논하기 전에 나는 우리의 전세 제도가 원망스러운 것이다. 이제는 월세가 늘어나고 있으니 둘째는 월세를 얻기를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이 없다. 왜냐하면 이미 첫째에게 목돈을 건넸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세는 부모찬스로 인해 존재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모들의 피는 뜨거우니 어찌하겠는가?

우리는 왜 적지 않은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전세를 선호하는가? 반대로 월세를 제대로 모르니 이런 소리를 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한 200만 원의 월급을 받아 월세를 내고 나면 생활이 안 되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냐고 핀잔할 것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그러니 여기서 공공주택의 개념이 등장하는 것이고 정부의 시장개입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주택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서민들의 생각과 상황과 여건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정교한 주택공급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때 금융의 공적기능이 아주 중요해진다. 예전에 있던 주택은행은 왜 없어졌나 모르겠다.

미국의 경우를 좀 보자. 미국은 물론 전세라는 게 없다. 거의 모든 임차인은 월세를 낸다. 정말 다양한 수준의 렌트비가 존재한다. 집이 필요한 사람은 자기의 형편에 맞는 집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소득이 없거나 낮은 저소득층을 위해선 임대주택이 마련돼 있다. 형편이 나아져 집을 살 때도 금융기관을 이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5억 원짜리 집을 살 경우 30% 정도인 1억 5천만 원을 집어넣고(down payment) 나머지 3억 5천만 원은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mortgage) 30년, 35년 등 장기로 갚아 나간다. 집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은행의 대출 기능이 미국 같지 않을 것이다. 좁아터진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는 대도시, 이를테면 강남 3구를 생각하면 미국같이 은행에서 융자를 해주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안 그래도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인데 거기다 대출까지 쉽게 해준다면 그런 혼란을 어찌 감당할까?

또한 우리는 집을 자신의 성공을,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고픈 허세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우리는 주변의 지인들이 어느 동네의 몇 평짜리 집에 사는지 다 안다. 이걸 모른다면 호기심에 잠을 못 이룬다. 그래서 그 아파트가 얼마쯤 나가는지 다 알고 있다. 나보다 훨씬 비싼 집에 살고 있다면 그는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시샘의 대상이 된다.

우리의 속담은 기가 막히게 오늘에도 우리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그러니 너도나도 서울로 몰려들었다. 100만 명이 살아야 할 곳에 1000만 명이 산다면 무슨 수단을 써도 해결할 수 없지 않겠는가? 속담은 또 있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그러니 땅값이 이리 뛰나? 모를 일이다. 이 말은 어쨌든 우리는 시샘이 많다는 뜻의 다른 표현이다.

필자는 3년 반 정도 미국에 체류한 적이 있다. 그때도 매달 집주인에게 월세를 냈다. 매달 정해진 날에 월세가 적힌 수표(check)를 꼬박꼬박 보낸 기억이 있다. 체류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집 열쇠를 받기 위해 Los Angeles의 Tom Bradley 공항으로 나온 집주인은 나에게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 이유는 월세를 3년 반 동안 한 번도 늦게 보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렇게 당연하고도 소소한 일상에 감동하곤 한다. 그러는 그에게 내가 감동을 했다. 체류하는 기간에도 우리의 집주인은 늘 전화를 해서 어디 고장 난 곳은 없는지 냉난방은 잘 돌아가는지 뜨거운 물은 잘 나오는지 등을 물어 왔다.

이런 모습을 보며 서울에서 전세살이하던 때가 떠오르곤 했다. 나의 집주인들은 한 번도 나에게 전화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나도 모르게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근저당을 설정해 놓기 일쑤였다. 이런 사실을 항의라도 하는 날엔 싫으면 나가라는 매몰차고 비논리적인 답이 돌아올 뿐이다. 이래저래 집 없는 설움으로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었다. 전세가 옳으냐 월세가 옳으냐를 떠나 나는 인간이 사라진 우리의 현실에 절망한다.

전세냐 월세냐의 문제는 아무래도 시장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책이 아닐까? 다만 서민들과 젊은이들을 위한 공공주택을 정부가 잘 뒷받침해준다면 큰 문제는 해소되리라고 본다. 집으로 인해 벌어들이는 소득은 거기에 맞는 세금 부과가 정답이라고 본다. 강남의 비싼 아파트들은 1년에 몇 억씩 오르기도 한다. 그런데도 재산세 몇 백이 오른다고 세금폭탄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한다. 지독한 이기주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을 둘러싼 논쟁을 보노라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상대방의 허점을 찔러서 자신의 아래에 두려는 무서운 정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뜻이리라.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가? 부동산이 부동산인 이유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까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제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정책이 제시됐으면 좋겠다.


최영근
키즈라라 대표(현)
MBC 예능국장
MBC TV제작본부장
MBC AMERICA 대표
드라마제작사 초록뱀미디어 대표



*본 칼럼은 지난 2020년 8월 작성된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이 기사는 GJ저널 망치 홈페이지(gjmnews.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jmnews.com/article.php?aid=13006687006
프린트 시간 : 2026년 03월 03일 22:2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