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해찰] 문명의 바깥에서 얻는 것들 티벳에서의 7년 (장 자크 아노, 1997)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
| 2025년 12월 05일(금) 1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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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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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사람들의 낯선 경계에 맞닥뜨리지만,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지역이었던 티베트의 인사는 차라리 인간이 지닌 순수인지도 몰랐다. 자본과 총칼의 정복자들로부터 기독교와 위스키와 화장품 등 폭력적 문명을 교육받은 하러는 미개사회에서의 돌연한 자유와 평화가 이물스럽기만 하다. 그는 대포와 총소리, 명령과 복종, 계급적 예절로 단련된 문명인이었던 것이다.
낯선 땅의 이방인인 하러는 하루빨리 돌아갈 때를 기다리지만 전쟁의 소용돌이는 미래를 위해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너무나도 단조롭고 따분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그들, 가진 것을 나누어주는 그들, 늘 열려있는 대문과 적나라한 생활……. 그는 만년설이 보이는 히말라야의 작은 마을의 사람들을 느끼게 된다. 그들의 소박한 생활은 지겹도록 따분해 보이지만 또한 그가 살았던 질서가 철저했던 세계와는 확연히 다른 고요의 힘에 굴복하는 자신을 깨닫는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적인 인연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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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종교적, 영적 지도자인 어린 나이의 달라이 라마를 만난 하러는 하사받은 100상짜리 지폐를 행운의 부적으로 여기며, 어린 달라이 라마가 토론하는 모습에 경탄하면서 환생이라는 불교적 세계관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달라이 라마와 하러는 이내 서로가 경험한 세상을 나누며 우정을 쌓아간다. 바라보고, 듣고, 사색하고, 기다리는 긴긴 시간이 흐른다.
영화는 적막하기만 하다. 영적체험의 허구를 침묵과 약간의 표정만으로 드러낸다. 그곳이 티베트이지만 실은 내 이웃의 소망일지도 모른다. 1951년 중국 인민군에 점령당한 티베트에서 참담한 기분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하러는 말한다. “내 자아의 한 부분은 항상 티베트와 연결되어 있다. 어디에 살고 있든지 항상 티베트를 동경하고 있다. 맑고 차가운 달밤에 라사를 거쳐 이동하는 기러기와 두루미의 날개짓 소리,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에 자주 빠졌다”라고. 그리고 덧붙여 고백한다. “티베트에서의 7년이 나의 인생을 바꿨다. 나는 문명을 뒤로할 때, 안전하다고 느낀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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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 자크 아노
출연: 브래드 피트(하인리히 하러)
채어린
자유기고가
*본 내용은 지난 2024년 4월 기고문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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