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순 노정석 작가, 프랑스 파리에서 개인전 ‘보다BODA’ 열다 노정석 작가, 예술이란 초월적인 세계의 존재 알리는 녹명鹿鳴과도 같아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
| 2025년 11월 17일(월) 17: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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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 초월적인 세계의 존재 알리는 ‘녹명’과도 같아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인데,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다른 배고픈 사슴을 찾아 부르는 울음소리를 ‘녹명’이라고 합니다. 여느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거나 잡으면 혼자 먹고, 남는 것은 은밀히 숨기기에 급급하죠. 하지만 사슴은 오히려 울음소리를 높여 배고픈 동료를 부르고, 먹이를 나눠 먹습니다. 굶주리고 힘들어하는 동료들에게 좋은 것이 있다고 알려주고, 독차지하거나 욕심내지 않고 공유하며 나누는 것입니다.
예술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름다운 세계를 관찰하고, 이 세계를 널리 알려주기 위해 작품을 만듭니다. 물질적인 세계를 살아가며 잃어버린 정신적인 세계.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정신적인 세계가 인간의 본질에 가까우니까요. 작업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그 너머의 초월적인 세계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 작업실에서 자신만의 작품세계에 대해 전하고 있는 노정석 작가 |
▲ 캔버스가 아닌 철판 위에 그려낸 세계
어떤 작품은 아연판에 그렸고, 어떤 작품은 스테인리스판에 그렸습니다. 같은 철판이라 해도 재질마다 다른 작품이 나오곤 합니다. 빛을 비췄을 때 아연판에서는 약간 차분한 느낌이 드는 반면, 스테인리스판은 빛을 강하게 발산하죠. 두드리거나, 그라인딩, 샌딩, 스크래칭 등의 기법을 통해 조형한 뒤 일반적인 회화에서 사용하는 기법으로 색을 입혀 작업하는데, 빛이 반사되는 과정에서 제 의도를 넘어서는 다양한 이미지가 생산됩니다.
여러 가지 재료가 있겠지만 저는 오직 철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빛’의 속성 때문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쇠는 주로 단단하고, 차갑고, 냉정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주로 가지고 있지 않나요? 하지만 알고 보면 철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환하고 포근한 측면도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스틸 보드를 두드려서 포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작품도 있습니다.
![]() 노정석 작가가 작품을 위해 스틸 보드를 두드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
▲ 수행하는 마음으로 철을 두드리다
‘어떤’ 작가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아요. 예를 들어, ‘나는 산을 그리는 작가다.’, ‘나무를 그리는 작가다.’, ‘스틸 보드를 사용하는 철의 작가다.’ 등으로 정의 내리는 순간 고정된 관점에 얽매이게 됩니다. 그런 설명 없이 자유로운 표현으로 저의 세계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작품 활동이 곧 작가의 의무라고 할 수 있겠죠.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저만의 세계를 전하고 싶은 열망에서 비롯되었으니까요. 철을 두드리는 것은 저의 의무감, 즉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인지하고 ‘나’를 찾아 나서는 수행의 행위와도 같습니다.
▲ 추상성에 기대어 관찰을 게을리 해선 안 돼!
작가는 추상성을 통해 의도한 것과 의도하지 않은 것을 모두 드러낼 수 있습니다. 세계를 표현하기에 추상성은 아주 좋은 형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어떤 사람은 추상적인 형식에서 숲을 연상하고, 누군가는 숲이 아닌 다른 세계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숲을 보고 감탄하지만, 다른 이는 숲을 무서워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인간의 생각을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추상성은 생각을 열어 주는 열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생명 95☓116cm acrylic paint on zinc plate |
하지만 추상적인 이미지만 강조하다 보면 자연을 관찰하는 습관을 게을리 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이 가져다주는 메시지는 단편적인 생각 그 이상입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에서 관찰되는 신비로움은 작업의 중요한 모토가 되기도 합니다. 요즘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자연이 제 마음을 두드려 순수성을 드러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전혀 모르는, 낯선 세계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하는 법입니다.
▲ 조향을 통해 오감을 충족시키는 치유의 전시 기획
앞으로 ‘치유’하는 미술에 특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미디어가 발달하다 보니, 현대인이라면 대부분 자극에 노출되어 지쳐있습니다. 따라서 지친 현대인들이 정적인 작품에서 깨달음의 유희를 누리고, 치유 받으며, 쉼을 얻고,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곧 다가오는 파리 전시 이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특히 스페인 전시에서는 ‘음악’이나 ‘향’에도 신경을 쓰고자 합니다. 오직 작품만을 위한 향을 새롭게 조향해주시는 전문 조향사에게 부탁할 예정입니다. 시중에서 맡을 수 있는 향이 아니라, 단 하나뿐인, 그 작품만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향을 조성해 오감을 연결해서 충족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 약 15년 전부터 화순에서 운영해 온 '카페정원' 그리고 작가의 작업실 앞에서 사랑하는 부인과 함께 |
![]() 스틸 보드 그라인딩 작업 중인 노정석 작가. |
▲ 습관처럼 예술작품을 접하며 치유 받을 수 있는 화순이 되길
화순군에서 지난 14년 동안 운영해왔던 ‘카페 정원’은 그동안 음식으로 손님에게 인사를 드려왔습니다. 이제는 제 작품으로도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카페 정원’은 어디에나 곳곳에 제 작품이 스며있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저의 작품은 작가로서의 저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정원’에 오시면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저만의 세계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작품을 전시하고 소개하는 전시 공간들은 우리 주변에 많이 열려 있습니다. 습관처럼 예술작품을 접하며 치유 받을 수 있는, 문화도시 화순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본 기사는 지난 2024년 6월 취재한 기사임을 알려드립니다.
![]() 2024 7월 8일부터 프랑스 파리 구스타프 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보다BODA’ 포스터 |
![]() 둥굴의 신비 92☓162cm acrylic paint on stainless steel plate |
![]() 공명 52☓73cm acrylic paint on stainless steel plate |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