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드레스덴의 건물은 비가 내리면 악기로 바뀐다. 오케스트라가 된다./Zafar Sardar Khan |
벽면은 온통 푸른빛입니다. 창문과 발코니 사이를 따라 금속 배수관이 지그재그로 이어지고, 곳곳에는 깔때기처럼 생긴 장치가 매달려 있습니다. 얼핏 보면 복잡한 배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거대한 악기예요.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빗물이 지붕에서 흘러내려 깔때기로 들어가고, 관을 타고 이리저리 흘러갑니다. 물의 속도와 양에 따라 관마다 서로 다른 소리를 냅니다. 가벼운 비에는 작은 음표가 되고, 굵은 빗줄기에는 여러 악기가 한꺼번에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이름도 The Courtyard of the Elements, ‘원소의 정원’이 되었습니다.
물이라는 자연의 요소에 인간의 상상력을 더해 건물 자체를 하나의 악기로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건축과 예술, 과학과 놀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이지요.
생각해 보면 배수관은 원래 물을 흘려보내기 위한 아주 평범한 장치입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것을 자세히 바라보다가 물의 흐름에서 소리를 발견했습니다. 과학은 자연의 현상을 설명하지만, 예술은 그 현상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합니다.
드레스덴의 어느 골목,
비 오는 날 건물 벽에서 작은 오케스트라가 시작됩니다.
건물도 악기가 될 수 있습니다.
비도 음악이 될 수 있지요.
물이 흐르고,
관이 울리고,
건물이 노래합니다.
어쩌면 좋은 예술이란 특별한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늘 보면서도 보지 못했던 평범한 것의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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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
현 과문융합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GJ저널망치 gjm2005@daum.net
2026.10.11 (일) 05:49















